미국 1년 체류 후 영어 실력을 지키려면
선배님께서 설이와 미국에서 생활한 지 3개월이나 흘렀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아이도, 선배님도 어느 정도 적응하셨을 테고, 이제는 영어 실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시는 중일까요? 1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고, 3~4개월 후에는 이번 학년을 마치게 되니 마음이 급하실 수도 있겠어요. 그렇지만 설이도 저희처럼 영어를 평생 공부하게 될 테니 긴 호흡으로 이어가셨으면 좋겠어요.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하고 학교수업을 잘 따라가고 친구들과 사귈 수 있는 정도로 영어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어요. 원어민 아이들과 최대한 오래, 자주 만나게 하고, 집에서는 숙제를 충실히 하고 원서도 읽도록 하고요. 큰 아이 담임선생님이 점심식사 전에 Mystery Doug 영상을 틀어주셨대요. 학생들에게 사회, 과학 분야의 흥미로운 질문을 받아서, 학교 선생님께서 답변해 주시는 형태로 제작된 영상이었어요. 큰 아이가 집에서도 보고 싶다고 해서 매일 2~3개씩 보았고, 가끔 질문거리를 써서 사연 응모도 했답니다.
학교에서 온라인 영어도서관이나 학습 프로그램을 무료로 쓰게 해 주었어요. 학교 진도와 연동되는 학습이 제공되어서, 학교 수업시간에 온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복습할 수 있었답니다. 학교에서 이민 후 적응하는 중이거나 단기 체류하는 학생들을 따로 모아서 영어 기초부터 가르쳐 주어서, 체류 초기에 아이들 적응에 도움이 되었어요. 한마디로 원어민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영어 수업인 거죠. 담당 선생님께서 아이 실력을 평가해서 이 수업에 얼마나 참여시킬지 조절하셨어요. 영어 실력이 점차 늘면 현지 수업에 참여하는 비중이 늘어났답니다.
아이들은 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온종일 영어를 쓰느라 힘들었을 테니, 가정에서 영어 학습을 시키지는 않았어요. 그 대신 미국 내 여행기간에는 다양하게 영어를 접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어요. 그랜드캐년에 갔을 때는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명예 Ranger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커버 사진)에 참여하도록 했어요. 시카고 과학관이나 워싱턴 국립 도서관, 오페라 극장 등지에서 투어 프로그램을 듣기도 하고요. 자기 전에 함께 읽었던 Magnus Chase가 원작인 뮤지컬, 영화도 챙겨서 보고요.
한국 교포분들은 "1년은 너무 짧다, 2년은 되어야 영어가 터진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미국 체류 전부터 영어에 제법 많이 노출이 되어 있었다면, 체류 기간이 짧다고 해도 더 많이 들리고 더 빨리 원어민들을 모방하며 실력이 늘겠지요. 하지만, 미국 체류경험을 통해 향상된 실력 혹은 영어공부의 동기를 한국에 돌아와서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방학 때마다 영어권 국가에 어학연수를 보내거나, 한국에서 몰입식 영어 사교육을 시켜서 말하기, 쓰기 비중을 크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 경우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됩니다. 원어민 교사와 원서를 읽고 글을 쓰거나 주제 토론을 하도록 지도하는 학원들 중 어떤 곳은 미국 학교 수료(재학) 증명서를 제출해야 입학을 시켜 줍니다. 증명서와 비싼 교육비를 내면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한국 친구들과 함께 영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거죠.
저희는 교육비가 부담스러워서 입학시험만 보고 등록하지 않았답니다. 귀국 직후에 아이들의 영어학습 목표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어요. 영어권으로 유학을 보내거나 취업을 시킬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 영어 학습의 목표는 여행 갔을 때 일상 영어를 구사하고, 영어를 도구로 영화, 책, 노래를 즐기고, 수능 영어 1등급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원어민이나 이중언어를 쓰는 선생님과 함께 영어책이나 기사를 읽고 의견을 말하고 짧은 글을 써서 첨삭받는 시간을 꾸준히 가졌어요.
초등 고학년이 된 이후, 수능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에 6개월쯤 다니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익혔고요. 지금은 집에서 수능 교재를 꾸준히 풀면서 자기주도학습을 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을 잘하고 있는 건지 가끔 불안해지면 수능영어 몇 문제를 풀려보고 실력을 점검해요.
아이들은 영화, 게임, 노래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고 있어요. 저보다는 영어 대사나 가사를 더 정확히 듣더라고요. 원서를 읽히면 너무 좋겠지만, 학교와 수능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원서 읽기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원서 읽기나 영어 토론 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은 적극 권장하고요.
영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제가 미국에서나 한국에 돌아와서나 계속하고 있는 게 한 가지 있어요. 바로 EBS 영어 라디오 방송을 아침마다 틀어놓고 듣고 한 마디씩 따라 하는 것입니다. 교재를 구독하기도 했지만, 책까지 꼼꼼히 읽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출근하던 시절에 운전하며 듣던 Power English를, 사직한 요즘은 아침밥을 먹으며 여유롭게 듣습니다. 크리스틴 선생님의 호탕한 웃음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요. 이어서 Morning Special에서 주요 기사를 영어로 듣다 보면 아이들이 등교할 시간이 됩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하루가 일찍 시작된다면 '입이 트이는 영어'부터 같이 듣게 되겠지요.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하지요.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과 영어로 어떤 주제를 놓고 말하고 글 쓰고, 매일 30분씩 영어 방송을 듣고 한 마디라도 중얼거리는 게, 무언가 거창한 공부를 하려고 벼르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해요. 비싼 교육비와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읽기, 말하기, 쓰기, 듣기를 골고루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가정의 재정상태, 아이의 체력과 시간, 다른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비용 등을 생각하면 꾸준한 자기주도학습이 저희 상황에 맞지요.
선배님께서도 장기적인 목표를 생각하시면서, 남은 체류 기간 동안 영어 공부를 알차게 시키시고, 귀국 후 영어 학습도 미리 구상해 보세요. 건강하게 지내시고 연말에 귀국하시고 나면 자세한 이야기 나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