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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가장 긴 날 밤
by
혜남세아
Dec 24. 2023
모두가 동짓날 팥죽을 먹느라 정신 팔렸을 때 긴긴밤을 보내야 하는 많은 이가 생각났다. 겨울밤은 춥고 어둡고 외롭고 무섭고 쓰린데, 성탄절이 며칠 남지 않은 시기에 밤이 가장 긴 날 밤을 느리게 통과하는 사람들이다.
깊은
밤이
되면 통증이 찾아오는 환자와 어둑한
밤이 되면
실연으로 가슴 쓰린 연인과 깜깜한
밤이 되면 고베를 마셔 속이 타는 사람과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면 혹한 추위와 맞서 싸우는 군인까지 각자 방식으로 밤이 가장 긴 날 밤을 버티며 살아낸다.
살을 에는 추위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땅과 소리쳐도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와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만
남는다. 적의
기습을
막으려고 머리는 차갑게 눈과 귀는 쫑긋 세우지만 인기척 하나 없이 바람만 흘러간다.
오늘 밤 홀로 서있어도 두렵지 않다. 어차피 밤이 가장 긴 날 밤은
오늘
하루뿐이다. 내일이 되면 다시 하루에 일 분씩 낮은 길어진다. 어둡고 추운 밤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짧아지면서 마침내 해가 뜨고 봄은 온다.
* 한 줄 요약 :
깊은
밤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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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잠시 멈추어 주변을 살핍니다. 걸어 온 길을 돌아보고 가야할 길을 탐구합니다. 가끔 함께 걷는 사람을 헤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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