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열차를 못 탔어요

KTX를 놓친 몽골가족 상봉기

by Always

매일 KTX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역사와 기차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수백~수천명이 되는 것 같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어느덧 천안아산역에 도착했다. 나는 통로석에 앉아 있었다. 출발을 알리는 삐~소리와 함께 승강문이 닫히는 순간인데 무언가 분주한 기운이 느껴진다. 캐리어를 동반한 여러명이 뛰어와 열차에 오르기 시작한다. 보통 승강문이 닫히기 전 승무원이 탑승객 유무를 확인하고, 탑승객이 뛰어오는 모습을 발견하면 문을 닫지 않고 기다려주는데 아마도 승무원이 이미 열차에 오른 상태라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열차는 곧바로 출발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보였다. 추측컨대 엄마와 이모 그리고 아이들 5명이다. 그 중 한 아이가 굳게 닫힌 승강문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창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하는데 나는 알아 들을수가 없다. 다른 가족들은 객실로 이동을 먼저 했고, 아이도 곧바로 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아이가 다시 통로석으로 나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말은 못알아 들었지만, 제스처로 폰을 빌려달라고 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다급해 보이기도 했고, 아이가 빌려달라고 하니 큰 의심없이 폰을 내주었다. 아이는 내 폰에 번호를 하나 찍어주면서 통화 버튼을 눌러달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걸까? 이제보니 아이는 자기 폰이 있다. 그래도 일단 통화 버튼을 눌렀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한국사람이었고, 여성분이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천안아산역에서 아이 한명이 열차에 탑승을 못했단다. 그러니 그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단다. 나는 그 상황에서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통화 상대방과 이 사람들과 무슨 관계인지를 물었다. 몽골에서 온 자기 친구들이라며 부산까지 간다고 했다.


일단 상황파악은 끝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와야 할까. 나는 전화를 끊지 않고 스피커폰 통화로 전환하고, 통역을 부탁했다. 다음 정차역이 오송역인데, 이 가족들을 오송에서 내리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오송역에 내려 역무실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아이를 찾는게 우선이므로. 통화를 하는 중에 아이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객실에서 나왔다. 낯선 외국 땅에서 아이와 묘한 상황으로 헤어지게 되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웠을까. 나는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안심 시켰다.


열차는 곧 오송역에 도착했고, 나는 가족들과 함께 내려서 바로 역무실로 갔다. 근무자에게 상황설명을 하고 천안아산역에 연락을 취해 아이를 찾아달라고 말했다. 잃어버린 아이는 열세살. 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인상착의로만 찾아야 했다. 천안아산역에서 아이를 찾는 동안 가족분들은 오송역 직원분의 배려로 직원 휴게실로 이동했다. 십여분이 지났을 때 아이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는 이 가족들을 만나게 해줘야 한다.


오송역 직원분들과 상의를 해서, 이 분들의 최종 목적지가 부산이니까 천안아산역과 오송역에 정차하는 부산행 열차에 잃어버린 아이를 천안아산역에서 탑승시키고 나머지 가족들은 오송역에서 탑승하게 하자고 했다. 그래서 바로 매표소로 향했다. 매표소에 가서 상황을 다시 설명드리고 기존표 취소와 새로운표 발권을 도와 드렸다. 그제서야 아이 엄마는 정신이 바로 돌아온 느낌이다. 그러더니, 나에게 몽골에 와봤냐고 물어보셨다. 가본적이 없다고 하니, 나에게 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셨다. 내가 명함 한장을 꺼내 내어드렸더니 명함에 숫자(전화번호)를 여러개 적더니 몽골에 오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자기 이름과 함께. Zaya.


덕분에 퇴근은 한시간 늦어졌지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살짝 기대했다. 이 분들이 어딘가에 후기를 남겨주시지 않을까??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몇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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