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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고성(高昌古城)

사라지는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by 디노

1995년, 나는 중국을 여행했다. 그 여정 속에서 투르판의 ‘고창고성(高昌故城)’을 찾았다. 한때 실크로드의 중심에서 문명을 꽃피웠던 고창국(高昌國). 그러나 지금은 사막의 바람 속에 흩날리는 흔적만이 남아 있다.


흙으로 쌓인 유적들, 무너진 돌 위에 덮인 모래, 한때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했을 거리는 침묵뿐이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폐허가 된 이곳을 걸으며 문득 생각했다.


“이곳을 걸었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어떤 꿈을 꾸었고, 무엇을 위해 살았을까?”


한때 이 거리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시장 상인의 흥정하는 목소리, 낙타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을 하고, 가족을 걱정하고, 삶을 고민했을 것이다.


하나의 나라가 사라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마지막 왕이 떠났을 때일까, 마지막 성벽이 무너졌을 때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혀졌을 때일까.


역사에서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아련한 슬픔을 안긴다. 중국의 마지막 황제가 그랬고, 조선왕조의 마지막 순간이 그러했다. 긴 역사의 끝자락에서 위태롭게 남아 있던 그들의 이야기는 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사라지는 것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고창국의 폐허 위에서, 나는 한때 이곳이 얼마나 활기찼을지 상상해 보았다. 역사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다시 떠오를 때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기록하고, 이야기하고, 사색하는 순간, 역사는 다시 살아난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 잃어버린 꿈, 지나간 시간들. 그것들은 정말로 사라진 걸까,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걸까.


사라지는 것은 끝이 아니라 변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애써 붙잡으려 하기보다 흘러가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때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우리의 삶도 결국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을. 찬란했던 순간들도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 흔적들은 우리 안에서 또 다른 형태로 남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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