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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Jun 24. 2023

크몽보다 링크드인

그리고 proZ.com



첫 샘플 테스트를 끝냈다.

2023.06.08









기술/산업 번역가들의 일감은 모두 곧 출시될 어떤 상품이기 때문에 비밀유지계약(NDA)을 맺는다.

따라서 번역가들도 현재 계약을 맺은 업체들을 밝히지 못하게 되어 있다. 산업번역가의 수가 많지만 대중에게 출판번역이 더 익숙한 이유이다.



밀리의 서재에서 찾은 프리랜서 번역에 대한 책 몇 권을 단숨에 읽고, 저자 서문에 감사를 표시한 다른 산업번역가의 책도 바로 구해 읽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6월 2일, 번역업계의 최대포털 proZ.com(이하 프로즈)에 연간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

책에 나온 선배 번역가(내 마음대로 이제 선배라고 부른다)들의 조언을 따랐다. 그분들이 처음은 국내 에이전시와 일하다 결국 경력을 쌓고 해외 에이전시와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외국 업체들이 한국 번역을 찾는 것이니 처음부터 해외 에이전시와 일하는 게 더 좋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크몽에 즐비한 건당 5,000원부터의 페이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얼마나 찬란한 이력들이 많던지. 한 시간에 2건씩 해야 최저시급만큼 벌 수 있다.

수수료가 좀 있지 않으려나 싶었지만.

우선 proZ.com에서 버텨 보고 안 되겠으면 링크드인 프로필까지 더 꾸며보자.



본업 아니고 사이드잡이다 싶어 그래도 좀 덜 소심해진다. 말이 아닌 글로 소통할 수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

프로즈에 월 1만 원 남짓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하면 프리랜서 번역가들이 번역 에이전시에 남긴 평점을 확인할 수 있고(처음부터 양질의 업체를 골라 컨택할 수 있다는 큰 장점) 클라이언트에게는 내가 이만큼 번역에 진심임을 입증할 수 있다.



구글에 translator resume를 검색하니 화려한 양식들이 많았다. 꾸미는 건 나중에.

우리나라 기술번역가의 책을 보고 떠듬떠듬 이력서를 적어 본다.

2년 훌쩍 넘겨 지금은 말소된 토익점수인데 그래도 우선 썼다. 더 잘 나온 점수 있는데 그걸 캡처해 둘걸.

생각해 보니 온라인 웹사이트에 이력서를 게시하는 일이 처음이다. 자기소개서 격의 cover letter까지 쓰니 꼬박 하루가 걸렸다.

MS office처럼 번역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번역프로그램 trados(이하 트라도스) 평가판도 내려받았다. 프로그램 회사에서 직접 제공하는 사용법 강의도 들었다.

MS office도 2021 최신판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은데 구독판을 할지, 영구소장판으로 할지 아직 미지수이다. 지금 노트북이 잘 버텨줄지 모르겠어서. 괜찮겠지?



이력서 처음 쓴 기념으로

오늘을 넘기기 전 번역가 모집 게시판을 훑어보고 호기롭게 한 업체에 resume를 넣었다.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니 신난다.

2023.06.02





스마트폰을 산 이래 최초로 메일 앱 알림을 켰다. 배지와 소리 알림 모두 켜놓았다.

시간 날 때마다 들어가 본다. 업체의 답변은 아직이다.

2023.06.03




패션 브랜드들의 광고 메일만 온다. 전 같으면 보지도 않고 지웠겠으나 꼼꼼하게 읽고 싶어졌다.

나도 마케팅 분야 메일 문구를 번역하게 되면 이런 스타일로 쓰겠지?

스팸으로 생각했던 메일들이 갑자기 다 사랑스럽다. 공부라고 생각하며 광고메일을 모두 읽었다.

2023.06.04




아직 경력이 없으니 업체에서 바로 떨어뜨린 모양이다. 의기소침해지지만 달랑 한 군데 넣어놓고 속상하면 양심이 없는 거지.

경력 없으면 이력서라도 신뢰가 가야 하는데. 어떻게 써야 잘 쓸 수 있을까?

산업번역 책을 쓴 번역가의 교육용 홈페이지에 찾아들어갔으나, 이런.

작가가 번역교재를 쓰기 위해 홈페이지 기능을 상당 부분 닫아둔 상태.

어떡하지? 이력서를 다듬고 내가 지금 어떤 에이전시에 이력서를 돌려도 될지 조언받고 싶은데.

사교육 받는 게 습관이라 또 선생님부터 찾는 걸까.

지금은 프로즈에 IT번역 일감만 올라온다. 링크드인에도 계정을 만들어야겠다.

2023.06.05



클래스 101에 번역을 검색하니 산업번역에 관한 강의가 2개 있다.

3개월 구독권을 바로 결제했다. 코칭권도 얻을 수 있게 개별구매를 할 걸 그랬나.

일단 들어보고 링크드인 이력서부터 다시 써야지.

투자비용이라면 프로즈 연간회원권 180달러, MS office 2021 1년 사용권 59,000.

트라도스 유료판까지 받으면 70만 원대.

비싸다면 비쌀 수도 있다. 하지만 무자본 창업이라는 유튜버나 블로거, 인플루언서들이 사진이나 영상 하나에 투자하는 비용을 보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번역가 체험이 아니라 사이드잡으로 자리 잡으면 되니까.

번역비 받으면 오마카세부터 가자고 남편에게 호기롭게 던졌다. 카페 가서도 일하려면 노트북도 그램으로 바꿔야지 룰루랄라

2023.06.06



자기 전에 혹시나 싶어 들어가 본 메일함.

웬일인지 로그인이 풀려 있다. 깜짝 놀라 바로 로그인하면서도 큰 기대는 없었는데, 세상에.

약력을 좀 더 설명해 달라는 답변과 함께 샘플테스트 파일이 왔다.

2023.06.07













아침에 수영하고 점심부터 노트북 켜서 일하는 삶이 정말 가까이 온 건지도 몰라.





첫 샘플 테스트에 통과했다!

2023.06.08 8:4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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