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보자, 내가 번역 도전할 생각을 어떻게 했더라.
그렇지.
근무 요일을 하루 줄이면서부터였다.
평일 근무가 대폭 줄면서 남편이 출근한 평일 오전오후 집이 텅 비어 버렸다.
다시없을 신혼 기간에 나도 여유로운 신도시 새댁처럼 꽃을 꽂아 볼까 뭘 하면서 재미나게 시간을 보내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지 곰곰 생각하다
또 예전에 접어놓았던 부업병(?)의 출현으로 프리랜서를 검색한 것이 시작이었다.
신나게 착착 준비를 해 나갔다. 지금 이 글도 나름대로 설비를 갖춘 시설(내 방)에서 쓰고 있다.
노트북에 남편이 자취할 때 쓰던 모니터를 연결해 듀얼모니터를 만들고 역시 또 내가 몇 년 전에 쓰던 기계식 키보드를 연결해 청축 키보드의 날렵한 타건감을 느끼며 작성 중.
그러다가 근무일을 다시 조정하게 되었다. 늘리는 쪽으로.
근무일이 늘면 > 보수가 늘고 > 번역프로그램도 턱턱 살 수 있고 > 다른 필요한 강의나 책도 더 맘 편히 살 수 있네?
그리고 남편과 휴무일도 딱 맞춰지고.
채 10초를 넘기지 않고 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큰 단점을 간과했다.
근무요일이 줄면서 시간과 체력이 생겨 번역일을 도전하게 된 건데,
근무요일이 다시 늘면 그 시간과 체력이 없어진다는 것을.
23.06.24
음.
링크드인 프로필을 꾸며야 한다.
오 그런데 정말 체력이 없다. 정신적인 대리 만족을 해야겠다.
또 다른 선배 번역가의 저서를 들고 전망 좋다는 카페를 찾았다.
운 좋게 좋은 자리가 나서 바로 앉았다.
하지만 좋은 자리란 곧 많은 이들이 앉고 싶어 하는 자리라는 의미.
앉아 있는 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보러' 앞을 스쳐 갔다.
생각을 단단히 잘못했다. 그래도 한 시간 남짓 앉아서 책을 읽었다.
번역에 관한 책이 잘 읽히는 걸 보면 아직(아직?) 기대가 여전한 듯하다.
23.06.23
마음의 짐 컬렉션.
쉴 때, 아니 근무일 줄었을 때만 해도 한 부에 30~40분씩 할애해서 읽던 신문이 이제 쌓이는 중.
몰아 읽다 보니 크게 관심 안 가는 지면은 제목만 보고 훑듯 넘겨버리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을 넘기지 말고 다 읽어 내야겠다.
수영장으로 가고 싶다. 체력이 없어 금방 돌아오겠지만.
기운이 없어 갈 수 없다.
제일 좋아하는 휴식 방법.
고요한 집, 창문을 모두 열어 바깥바람과 소리를 모두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소파에 길게 누워 있는 것.
추운 계절에는 할 수 없는 초여름만의 낭만이다.
멀리서 아이들의 웃고 뛰노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있으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건물에 공명해 아주 먼 곳에서 오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자고 있지 않아도 꿈꾸는 것 같다.
하지만 누운 채로 책을 조금 읽다가 얼마 안 가 잠들었다.
번역 자원봉사하러 갑니다.
23.06.24
인생 두 번째 공개 번역 끝.
이제 밀린 신문 4일 치를 읽는다.
23.06.24 10:25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