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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Jul 19. 2023

(경) 첫 번역업무 투입 (축)

첫 번째 티끌



너무 글을 모아만 둔다 싶어 서랍 속 글을 모조리 발행한 지 한 달쯤 되어 간다.

시간이 꽤 흘렀다.

그간 브런치 요정이 글쓰기 알림을 주었지만 애써 모른 척 넘어갔다.



proz.com 유료 회원으로 가입도 하고 선배 번역가의 저서들도 탐독했으니

이제는 영어 공부에 매진하며 융단폭격하듯 이력서를 돌리겠다고,

결심했으나,

번역 수당으로 컴퓨터도 번역프로그램도 새로 구매하겠다는 꿈을 꾸었으나,

현실은 언제나 녹록지 않다.

추나 환자가 늘면서 정말 육체적으로 환자와 '씨름'하는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2023.07.19












밤마다 퇴근한 남편은 리클라이너 소파에, 나는 거실 소파에 늘어져 눕는다.

심지어 야심 차게 시작한 coursera 번역 봉사도 다소 소심하게 진행하기 시작했다.

왕초보 번역가이면서 이력서를 고르고 골라 넣는다.

아파트 우편함에 전단지 꽂듯 이력서 돌리겠다던 의지가 형편없이 약해졌다.

혹시라도, 만약 계약이 성사되어 일감을 받기라도 하면 그때는 도저히 체력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기존에 철 모르고 신나게 이력서 넣은 공고에서 진행된 샘플 테스트만 수행했다.

현재 스코어로 계약서는 네 번 썼고, 샘플 테스트는 몇 번 더 보았다.

그래도 영어를 다시 좀 보아 버릇하니 약간은 익숙해진 것도 같고.



하지만, 기쁜 소식은 중간정산하는 것이 좋다.

번역 일에 도전하고 두 달을 넘기기 전 처음으로 번역업무 실전에 투입된 것이다!





가까워지나요?




번역 에이전시는 번역가 리스트를 충원하는 것이 먼저고, 일감은 그때그때 상황 봐서 배분하기 때문에

계약서를 써도 바로 일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계약하자마자 초보 번역가가 업무에 투입된다면 숙련된 번역가를 많이 보유하지 못한 회사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왕초보 번역가인 나는 에이전시에 이력서를 돌리기보다는

공고를 읽고, 현재 한의사로 근무하는 내가 할 수 있을 법한 일감에만 지원했다.

그 와중에도 긴급한 번역 업무는 못 하고-긴급한 환자가 더 먼저 나를 찾을 것이기에-

중장기 프로젝트로 많은 번역가가 필요한 업무에 지원했다.



초반에는 이제나저제나 메일 알림만 기다렸는데 이제 두 달째 되어 가니 '상대적으로' 의연해졌다.

번역 계약서 난생처음 사인하고선 왜 계약했는데 일감을 안 줄까 남편에게 매일 하소연하던 날은 갔다.



약간 내려놓고 묵묵히 그리고 간간이 이력서를 돌린 끝에 처음으로 유료 번역업무에 투입된 것이다.

한의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해 보는 것이 처음이다.

(아직 페이를 받지도 않았으면서)

아주, 뿌듯하다.

그리고 재미있기도 하다.

한의사로서 언제나 추나, 침 치료 등 몸 많이 쓰고 상담 많이 하며 일해 왔는데

이와는 정 반대로 방에서 혼자만의 검색과 사색으로 가장 알맞아 보이는 번역문을 도출하는 작업이.



만약 번역업무도 몸 많이 쓰고 상담 많이 하는 일이라면 도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외향적 업무와 내향적 업무를 번갈아 하니

내가 한 방향으로만 소진되지 않고 균형을 잡는 듯 느껴져 안정감이 생긴다.



다른 공고의 샘플 테스트도 추가로 수행했다.

잘 됐으면 좋겠다.

올 연말에는 보다 많은 일감을 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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