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이요!

2024년 7월 31일 수요일 날씨 맑음

by 김씩씩

정저우 공항 밖으로 나와 택시를 기다리는데 낮은 채도의 분위기가 주는 이국적 정취, 깊은 초록들 사이에 핀 붉은 꽃을 보니 아무런 맥락도 없이 기분이 좋아졌다.


중국에서 살 집이 정해지지 않아 며칠 호텔에서 묵어야 하는 상황이라 짐을 남편이 일 할 연구실에 맡기기로 했다. 연구실 창 밖으로 보이는 호수와 높은 빌딩들, 그리고 조용한 거리. 정저우의 첫인상은 세종과 비슷했다. 도시에 높은 건물이 많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인구밀도 적고, 관광지로는 심심할지 몰라도 살기에는 딱 좋을 것 같았다. 정저우 인구가 천만이 넘는다는 말에 복잡한 도시에 살게 되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내가 너무 대륙의 스케일을 우습게 봤단 생각이 들었다.


짐을 맡기고 연구실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구내식당에서 뷔페식으로 먹는 밥이었는데, 예상외로 맛이 괜찮아서 놀랐다. 평소의 나였더라면 입맛에 맞는 음식만 가져다 먹었을 텐데, 내가 먼저 경험해 봐야 어떤 게 아이들 입맛에 맞는지 판단할 수 있으니 조금씩 가져다가 모두 맛을 보았다. 다행히 아이들도 밥을 맛있게 먹어주어 고마웠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먹는 급식도 비슷할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호텔은 연구실 근처에 있는 가성비가 좋은 곳으로 예약한 터라 큰 기대가 없었는데 객실 컨디션도 좋고 뷰도 좋아서 아이들도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생각한 중국 이미지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뭐야, 중국 좋잖아?


중국을 한 번이라도 와 봤더라면, 출국을 결정하기까지 이렇게 큰 고민을 안 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막상 와 보니 생각보다 깔끔하고 음식도 맛있고 생긴 것도 비슷해서 사는 데 큰 문제없을 것 같다. 출국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고민을 다 해버려서 그런지 막상 중국에 오니 별 생각이 없는데, 다만 걱정되는 한 가지. 오늘 하루,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어가 한 마디도 통하지 않아 무척 답답했다. 중국어 좀 열심히 해 둘 걸, 때 늦은 후회.


하는 수 없지,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짜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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