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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핑크
May 28. 2023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모든 사람과 인생의 주파수를 맞출 수는 없어요.
햇
살이 눈부신 한 주였다.
하지만
내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던 시간이었다.
지난주
잠깐 만났던
누군가는
내게 '미묘하게 기분 나쁘다'는 말을 했다.
알고 지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긴장이 느슨해진 내가 서로의 차이는 외면한 체 내 입장만 떠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많이 믿었기에 나이 차이를 잊고 의지했던 걸까.
이런저런 나에 대한 비난이 고개를 들었지만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은 한 가지였다.
겉으로는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본인을 정당화하는 중이라는 것
한때
친분을 나누었지만
이제
서로 볼 일이
없어지는 중이었다.
그래도 함께 지내온 세월이 있었기에
한 번씩 만나게 되면 즐겁게 티타임을 보내고 머리를 식힌다고 믿어왔는데.
느닷없이 나온
말
에 명치를 세게 한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되었다.
미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어딘지 익숙한 이 말...
문득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곰
곰이
생각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직장에서였다.
퇴직하기 전의 직장...
출산휴가 후 복직한 직장에서 내가 속해있던 부서는 분사된 상태였고
나는 새로운 부서로 배정되어 있었다.
그 부서의 구성원들은 가족처럼
생
활하며 동일한 일을 매일 같이
무려 10년 이상을 해온 상태였다.
나는 굴러온 돌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서둘러 내 자리를 찾아야 했다.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무기 중의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깨달았다.
그게
잘못된 무기였다는 걸.
그들은 그 무기에 '잘난 척'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 뒤로 시작된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나는 숨 쉴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을 겪었다.
직장생활을 접으면서
사람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접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롯이 혼자임에 기쁜 것도 잠시였다.
혼자 도태되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적
당한
관계를 유지하며 좋은 것을 주고받으며 지냈다.
서로를 발전시키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도움을 주고받음
에 행복했고
나는 나대로 내 길을 찾아감에 즐거웠다.
그러나
모든 일이 내 마음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각자 살아온 모양새대로
보이는 상황을 판단하고
때때로 선동하는 말에
쉽게 흔들린다.
앉은뱅이는 자기 자리에서 보이는 세상만 본다.
무리를 이룬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 앞에서
나는
무언가 더 설명하고 싶지도
다시 만나고 싶지도 않은 기분이 되었다.
사도행전에서 바울과 실라는
점쟁이 역할을 하며 주인에게 돈을 벌어주던
귀신 들린 여종에게서 귀신을 내보내고
그녀의
삶을 찾아준다.
하지만 여종의 주인은
자신의 황금오리 같았던 여종에게서 귀신을 내보낸 바울과 실라가 미웠다.
그리고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로마인들에게 말한다.
"로마인"인 우리는 알지도 사용할 수도 없는 무언가를
"유대인"인 이들이 행해서 우리의 이익을 빼앗아간다고.
집단을 선동하는 이 말에 현혹된 로마인들은 어서 벌하라고 외치고
관리들은 자세한 설명도 듣지 않고
바울과 실라 일행의 옷을 벗기고 때린다.
선한 행실을 했던 그들이었으나
선동하는 말에 곡해당하고
벌을 받는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예배하고 찬양하기를 멈추지 않는 바울과 실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삶을 돌아본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힘든 순간일수록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그거였다.
비록 지금은 아무도 나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기에
고독할 수도 있겠지만
내 의도가 선했다면
그리고 내가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주눅 들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그늘에 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도 올 수밖에 없다.
소신을 갖고 살아가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걸,
나이 사십 줄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이전의 내가 얼마나 큰 욕심을 품었던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상처받은 내 마음에 연민을 품고 싶지는 않다.
스스로를 불쌍하다 여기며
앞으로 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숨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는 나 나름대로 계속 내가 만나는 세상에 적응해 나갈 것이다.
바울과 실라처럼 갇혀있던 감옥 문이 저절로 열리는 기적까지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나를 가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방향을 찾아갈 것이므로.
시련을 통해 더 큰 분별력이 자랐을 테니까.
이 어둠이 걷히고 해가 뜰 날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내 마음속 의지의 새싹을 본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을 수많은 바울과 실라를 위로하고 싶다.
곧 이글이글 거리며 뜨거운 해가 비출 거라고
그늘을 찾아 피하고 싶을 만큼 우리를 위로할 거라고
그러니 낙담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가던 길을 걸어가라고
너무 힘들면 잠시 나를 아는 누군가에게 기대어 쉬고
다시 시작하라고...
우리는 계속 성장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힘든 시간을 이겨낸 만큼
이글 거리는 태양 앞에 더 많이 반짝이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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