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보다 마음 편한 게 중요하다
화섭 씨는 이발을 좋아한다. 열이 많은 체질이라 머리가 조금이라도 자라는걸 귀찮아한다. 월급을 타면 정기적으로 이발소를 찾는다.
동네 이발소 가는 걸 따라간 적이 있다. 눈을 끔뻑거리니 이발사 왈,
“눈을 왜 이리 치켜떠!”
한다. 아니 타고나길 눈이 큰 건데 그걸 가지고 뭐라 하다니. 나도 기분 나빴지만, 동생도 그런지 버스 한정거장 거리 이발소를 가기 시작했다. 화섭 씨는 마음이 여리다. 아버지께서 엄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동생은 멀리 하기도 했다.
나 어릴 땐 강하고 엄하고 거친 남자가 대세였다. 그런 사람은 화섭이처럼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질색이다.
지난 늦봄, 지인이 북촌을 산책하다 스포츠머리 삼천 원 하는 이발소가 있다는 정보를 줬다. 자주 이발하는 화섭 씨에겐 필요한 곳이겠다 싶어 지도 검색해 위치를 알아냈다. 안국역에서 내려 중앙고등학교 근처까지 걸어가면 된다. 동생에게 새 이발소 개척하기 위해 같이 가보자 했다.
영어로 SALT the BARBER라고 되어 있다. 한 사람이 이발할 정도의 작은 공간이다. 진짜 스포츠는 삼천 원이라고 적혀 있다.
“왜 이리 저렴하게 이발하세요?”
이발사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가 머리가 자주 자라서요. 자주 이발할 수 있게 저렴하게 했어요.”
작지만 인테리어 소품이 아기자기하다.젊은 이발사는 옷 위에 농구 유니폼을 조끼처럼 입고 있었다. 동생처럼 스포츠 머리였다. 왼손은 거들뿐..슬램덩크 감독님이 생각나는 이발사였다.
선반 위에 있는 초록색 장비는 이발 후 머리를 털어낼 때 쓴다. 머리 감지 않고 간편하게 이발이 가능하다.
깔끔하게 이발이 되었다! 친절함에 삼천 원만 지불하고 오기 미안할 정도였다.
그렇게 지난봄에 이발하고 왔다. 오늘은 백신 휴가로 집에 있는데, 오전 근무 마친 동생이 귀가했다. (동생은 반나절만 근무한다. 일이 있으면 더 하기도 한다.) 바로 옷 갈아입고 외출 준비한다.
“내일 백신 맞으면 쉬어야 해서 오늘 오후 3시에 이발 예약했어.”
“진짜? 안국역 이발소에 예약 전화도 걸었어?”
“응.”
지하철이 공짜고 다니기 좋아하는 동생이다. 친절하고 저렴하다면 서울 내 어디를 못 갈까! 동생이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소금 이발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