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느낀 여유 : 첫 번째 도시 방콕
약 두 달 전, 9월 중순 워킹홀리데이 비자 만료 전에 비행기를 타고 뉴질랜드를 떠났다. 내가 향한 곳은 한국이 아니라 태국.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중간에 어느 곳에서 머물다가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전부터 워킹 홀리데이를 마치고 태국으로 여행을 하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망설임 없이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태국의 경우, 대한민국 여권의 소지자는 무비자로 3개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쯤은 장기간으로 지내고 싶었다. 나의 첫 외국 여행지였던 태국. 당시 일주일 간 엄마와 자유여행으로 방콕을 돌아다녔는데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 돌아다녔음에도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쉽게 접하지 못한 열대과일이 너무 좋아서 다시 찾고 싶었다. 뉴질랜드에서 태국까지, 장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방콕의 수완나품 공항.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부터 느껴진 후덥지근한 공기 덕분에 내가 태국에 도착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약 5년 만에 찾아온 방콕은 그때보다 더욱더 복잡해지고 관광객이 많아진 느낌이었다. 방콕에서의 숙소는 카오산로드 쪽으로 정했다. 몇 년 전 처음 왔을 때 썼던 그곳으로. 전에 왔을 땐 그 방면으로 한 번에 가는 교통편이 없었는데 공항에서 카오산로드로 가는 버스노선이 생겼더라. 아무래도 그쪽으로 가는 관광객이 많았기 때문에 생긴 게 아닐까 싶다.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다니거나 마사지를 받는다거나 하는 건 내 관심 밖이었기 때문에 숙소 근처의 괜찮은 카페나 식당에서 커피를 마시고 끼니를 해결하거나 방콕에서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기도 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는 시간이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배가 고프면 나가서 밥을 먹고 카페에 찾아가서 커피를 마시고 피곤하면 숙소에 돌아가서 씻고 나서 낮잠을 자고 가끔씩 맥주도 한 잔씩 하고. 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은 교통체증에 구글맵으로 얼마 걸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도 한 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다.
2주 정도 방콕에 있으면서 좋았던 건 분위기 좋고 커피와 파스타가 맛있는 가게를 발견한 거다. 이번 여행에서는 별다른 검색을 하지 않고 구글맵을 켜서 숙소 근처에 평점이 괜찮은 카페나 가게들을 둘러보곤 했다. 묵었던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는데 가게 간판이 잘 눈에 띄지 않아서 처음 찾아갈 땐 애를 먹었지만 가게 자체가 굉장히 주인 분의 취향이 잘 반영된 곳이었다. 주문부터 메뉴 만들기, 계산까지 전부 주인 분 혼자서 하는 곳이라 주문하고 음식을 받기까지 모든 게 빨리 진행되는 게 아니었지만 주문한 파스타를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점심시간에 맞춰가면 음식을 먹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평일 오후 2시가 지나서 방문하면 사람들이 지나간 뒤라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서 가장 좋아한 조합은 일단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타이 허브, 고추로 만든 오일 파스타 위에 연어를 올린 걸 먹은 뒤에 따뜻한 라떼를 한 잔 마시는 것. 태국에 있으면서 여러 커피숍을 다녔지만 이 곳에서의 아메리카노와 라떼는 계속 기억에 남는다. 진하지 않은 아메리카노는 식사와 같이 마시기에 좋았고 파스타는 느끼하지 않으면서 허브와 고추, 마늘의 조합으로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마시니까 나 자신이 이런 순간에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카페는, 커피도 괜찮았지만 더욱더 맛있었던 스무디를 팔았던 곳. 위 가게에서 보통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었던 카페였다. 수동식 에스프레소 머신을 써서 한 번은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카페였는데 어느 날은 유독 더 덥게 느껴졌던 날씨라 카페에서 추천 메뉴로 쓰인 스무디를 시켜서 먹었다. 얼음을 넣지 않고 시럽 대신 꿀로 단맛을 낸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인위적인 단맛이 나거나 맹숭맹숭한 맛없이 열대과일을 시원하게 먹는 기분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조합은 망고와 패션푸르츠가 들어간 스무디였다. 들어간 과일이나 음료의 기억이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yellow sunrise 같은 이름이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