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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TH Jun 28. 2016

한량의 여유

-지금의 소중함

'여행갈래'

친구에게 물었더니 '내가 쉬어도 되는지 ...' 의 대답이 온다.

한학기동안 수고하지 않았냐고, 수고했다고 하는 나의 말이 아마 영향력이 없을 것이다. 

나는 참 치열하게 살았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에 하고싶은 것을 이것저것 시작해보니, 벌여놓은 일들이 왜이리도 많은지 ...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한 학기를 보냈다. 틈틈히 공부도 해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하는 시간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아쉬운게 있어 여행가자 했던 내 말이, 친구에겐 한량의 여유로 들렸던 것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인색하지 않은 것은 참 중요하다.

나 스스로에게 많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마음의 여유가 있을 수가 없다. 늘 그 기준을 지키기 위해 몸과 마음을 수고해야 한다. 그래서 힘겹게 어쩌면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사람은 자기를 지킬줄 안다. 그 옛날, 우리 아빠가 내 나이였던 시절 .. 그때 우리 어른들은 그걸 몰랐었다. 그저 치열하고 힘겹게 살면 잘 사는 삶인줄 아는 부모님의 시대와 지금은 다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가치이다. 쉬어도 되는 사람, 쉬면 안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쉴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누릴 수 있다. 아무리 없는 사람도 내 것의 절반을 나눌 수 있고, 아무리 일이 많은 사람도 내가 가진 시간의 반을 쉴 수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한량의 여유가 필요하다. 한 학기를 치열하게 달려온 이유는 내가 꿈꾸는 것을 향해서 였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어서였다. 빨리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멋진 삶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삶은 ?


지금을 멋지게 살 수 없는 사람이 나중을 멋지게 살 수 있을까. 실존주의자들은 언제나 현재가 미래보다 앞선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내일도 언젠가는 현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지금을 누리지 않으면 나중은 없다. 그 나중도 언젠가는 지금이 된다. 그것은 바로 지금을 누려야 하는 이유가 된다.

한량의 여유가 필요하다. 베짱이의 노래가 필요하다.

이 시대,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바쁜 세상에서는 지금을 누리는 사람이 필요하다.언제나 나중을 기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는 지금을 누리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긴장하지 않고, 경직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풍부함이 필요하다.

나에게 주어진 방학은
한량의 여유와 베짱이의 노래로 가득찬 지금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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