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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TH May 31. 2021

엄마

아이고,

아이고, 이놈의 자식들은 30년을 넘게 키워도 여전히 버겁고 힘이 드는구나.


매일 똑같은 걸로 싸우고 질투하고 경쟁하는 삼 남매를 엄마가 낳았을까  엄마가 낳은 것 같긴 하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이니 저 꼴을 아직도 보고 있다  엄마 아빠가 없으면 첫째가 엄마고 첫째가 아빠다 매일 말했는데도, 안중에도 없는 자식들을 보며 엄마는

오늘도 밥을 하고 반찬을 한다  

엄마는 21살에 시집을 왔다 몇 번 본 아빠를 따라와 이 집에 왔다 낯설기도 하지만 집에는 거 둬 먹일 동생들이 많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내 가족이 힘들다는 것을 알아서 엄마는 아빠 집에 적응해야만 했다  

아빠는 무심하고 늘 고단한 사람이어서 돌아보고 손 한번 잡아준 적 없는 사람이지만 평생 없는 것보다 나으니 산단다  23살에 첫째를 낳았는데 애가 애를 낳았다고 간호사들이 열 마디를 했다  엄마는 애였는데 또 애를 낳았다  애써서 낳았는데 낳고 보니 너도 나도 아직 애더 라 심장이 약하게 태어나서 짠하기도 하고 처음 낳은 내 새끼라 온 정성을 다하고 싶었는데 시부모 모시고 사느라 눈치 보며 내 새끼 먹고 싶은 거 한번 못 먹여봤다  아직도 내가 그때 너희 고기를 사 먹였어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너희들이 키가 작다고 내 탓이란다  엄마 마음은 늘 그런가 보다  

첫째도 소중한데 시부모 모시고 집안일하는 것도 버거워 지쳐가던 즈음 둘째가 찾아왔다  낳았는데 어찌나 순하던지 뉘여만 놓으면 울지를 않아서 뒤통수가 아직도 삐뚤다 맏며느리 하기도 힘든데 첫째 둘째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버거웠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포대기에 둘째를 싸서 등에 업고, 첫째 밥을 해먹이고 술 좋아하시는 시아버지 안주는 하루 종일 해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첫째가 할아버지 심부름을 하더라  둘째는 엄마 마음을 아는지 잘 울지도 않고 않아서 혼자 잘 놀더라  그렇게 시간이 가는 거였다 잘하고 못하고 느낄 새도 없이 시간은 가고 있었다  

막내를 낳고 나서는 몸이 천근만근이다가 결국엔 쓰러져 분가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부모랑 떨어져 셋째만 데리고 한 가정을 시작했다  첫째 둘째를 데려가기엔 몸이 너무 힘들고 이제 좀 되고 있는 아빠의 사업을 도울 수도 없었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첫째와 둘째가 집에 왔다  엄마에겐 찰나였는데 자식들에겐 그렇지 못했었는지 첫째는 학교를 가기 싫다고 아침마다 울었고, 둘째는 이사한 집을 잘 못 찾아왔다 둘은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녔고 위험하다 걱정할 새도 없이 시간을 또 지나갔다 세월은 어쩌면 이렇게 쏜살같이 가는지 사진을 보면 가족인 거 같았는데 지금 고개를 들어보면 엄마는 혼자인 것만 같다  

생각하고 키울 수가 없었다  누구나 그 시대에는 그랬듯이 그냥 살아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  자라면서 남들 하는 것만큼 하면서 자식을 키워보자 했더니 이제 다 자라서 혼자가 좋단다 그렇게 키워 놨더니 셋다 혼자 잘났다  혼자 잘나서 서로 마음을 아프게 하고 쥐어뜯고 그러다가 다시 좋아지는  반복되는 일상인데 마치 아빠와 엄마 같다  


최선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무엇을 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열심히 살았는데 엄마는 자식들의 마음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엄마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엄마의 마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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