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할머니의 밭을 구경하러 갔던 11살 소년이 울상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오이를 따고, 가지를 따서 흔들며 빙그레 웃는다. 가는 길에 비가 와서 자전거를 타고 비를 뚫고 오느라 너무 힘들었던 여정을 설명한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돌보지 않아서 그 작은 미소로 자전거를 탄 채로 계속 할머니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면서 집으로 왔다고 한다. 따뜻한 이야기에 모두 웃었고 화나 있던 모두의 마음이 풀어졌다.
마음이 자란다. 둘째는 생각한다. 키나 몸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자란다. 사랑스러운 조카의 이야기에 삼 남매의 화난 마음이 수그러진다. 엄마를 위한 마음이 모두 똑같아졌다. 11년째 살고 있는 조카는 자꾸만 마음이 자란다. 둘째가 부끄러울 정도로 마음이 계속 자란다.
어른들의 마음도 자라고 있을까. 삼 남매는 모이면 여전히 똑같다. 과거의 아픔이 첫째와 둘째와 셋째를 붙잡고 있다. 이것이 없어지려면 마음이 자라야 한다는 것을 둘째는 알고 있다.
사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이 자라지 않는 것에 지쳐 있었다. 무언가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인정받으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그러면 자랄 줄 알았는데 …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거절과 좌절 사이에서 견디면 자랄 줄 알았다. 그런데 거절과 좌절을 견딘다고 마음이 자라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선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마음이 자란다.
둘째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냉철해지고, 객관적으로 되고, 무뎌져야 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마음이 자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음이 자라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에 따뜻함이 채워져야 한다. 가진 것이 있어야 무뎌질 수 있다. 둘째는 오늘도 졌다 마음에 많은 것을 가진 11살 소년에게 오늘도 졌다.
비바람 사이에서 할머니를 돌아보며 할머니 어디예요? 오고 있어요? 를 외치며 안간힘을 썼던 11세 소년에게 냉철함으로 세상에 맞서려 했던 둘째는 져 버렸다.
마음이 자란다는 것은 어떤 순간에도 따뜻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거절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좌절을 이겨내려고 용을 쓰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기 위해 애쓰고 용을 쓰면서 자기를 희생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마음이 자란다는 것은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성장이다. 어른의 마음이 자라기 위해서는 어떤 양분이 가장 필요했을까. 아니 둘째의 마음이 자라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했을까 어쩌면 둘째의 마음이 가장 거칠고 황폐한 광야이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