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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TH Oct 12. 2021

아버지

  직업 중에 가장 어려운 직업, 누구나 할수 있지만 누구도 할 수 없는 직업. 아버지라는 세 글자는 항상 둘째의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아버지는 칠순이 다 되어서야 아버지의 인생에 말을 거신다. 

'내가 무엇때문에 그렇게 악착같이 살았을까' 

무심코 나온 한마디에 둘째의 마음이 차분해 진다. 자식들 때문이라 답해 드리고 싶지만, 현실이지 정답은 아닌듯 하다. 둘째에게 아버지는 언제나 가장 큰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범퍼카가 그렇게 타고 싶었다. 아이가 셋이라 한명식 범퍼카를 타줘도 세번은 타주셔야 했는데, 둘째는 차례가 오기를 그렇게 기다렸었다. 아버지와 범퍼카를 타면 항상 이겼다. 아버지는 둘째에게 세상에서 제일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부재중이었다. 함께 살았지만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있지만 대화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원가족도 살리셔야 했고, 우리 가족도 건사하셔야 했다. 둘째로 태어났지만 첫째의 짐을 지고 산 아버지의 세월을 둘째는 커서야 알았다. 아버지도 둘째였구나. 둘째는 첫째의 책임을 감당할 깜냥이 안된다. 지금도 둘째는 첫째의 책임감과 가족을 향한 사랑에 혀를 내두른다. 아버지는 그것을 감당하셨다. 아버지라서. 

둘째의 어린 시절에 부재중 아버지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우리를 위해 희생하시고 우리를 위해 자기를 내어놓으신 아버지의 인생이 교과서였다. 그게 당연한 줄만 알았다.  둘째는 지금도 가장 어려운 상황에 아버지를 어렴풋이 기억한다. 아버지라면 이렇게 했었지. 아버지였다면 이렇게 했겠지. 

무섭지만 아버지는 자식들의 기억안에 평생을 살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사시고 나니 이제야 당신의 인생이 보이시나 보다. 60이 넘으면 사람은 자신의인생을 통찰하고 돌아보게 되는데, 그 아버지의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귀한지. 그럼에도 아버지는 자신이 못했던 순간만 기억이 나시나 보다. 조금더 잘해볼껄, 이렇게 한번 해볼껄, 오지안왔던 기회에 대한 애착만이 존재하시나보다. 살아보지 못했던 삶에 대해 아쉬움만이 남는가 보다 했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사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다 .남편이란 이름으로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식이란 이름으로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고단한 인생의 마지막에는 결국 당신의 진짜 이름밖에 남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이제야 아신 걸까.  이제야 둘째는 아버지의 진짜 이름을 써본다. 아빠도 아니고, 누구의 아빠도 아니고, 누구의 자식도 아닌 아버지의 진짜 이름을.  


노년기의 호르몬의 변화는 그 바쁘던 아버지를 어머니와 함께 TV 앞에 앉혔다. 웃고 울고 그것이 낙인 삶으로 바꿔놓았다. 둘째는 서른이 넘어서 서른까지 봤던 아버지의 얼굴보다 더 많이 아버지를 봤다. 그분의 얼굴에 표정이 가득했구나. 웃고 울고, 사랑하고 상처받고, 그게 아버지 였구나. 따뜻하고 책임감 가득한 분이셨구나. 둘째는 아버지를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항상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셨구나.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아마 그 자리를 평생 지키는 일이었을 거다. 어린 시절 고무줄 놀이를 하다가 수가 틀리면 나 안해 하고 집에 갔던 둘째는 나 안해 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으신 아버지때문에 수틀리면 참는 법을 배웠다. 수틀리면 집에 가는 버릇은 친구들을 잃어 버리고, 나를 잃어 버린다는 사실을 성격 급하고, 목소리 큰 그분을 통해 배웠다. 


아버지를 가장 마지막에 쓴 이유는,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둘째에게 아버지는 가장 마지막 피난처일 것이라서 가장 어렵고 힘들때 찾는 분일 거라서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 그럴거라서. 



 항상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셨구나.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아마 그 자리를 평생 지키는 일이었을 거다. 어린 시절 고무줄 놀이를 하다가 수가 틀리면 나 안해 하고 집에 갔던 둘째는 나 안해 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으신 아버지때문에 수틀리면 참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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