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적응 이야기
일생에 새로운 가족이 생길 일은 많지는 않다. 입양 혹은 결혼 아마 그 정도가 다일 것이다. 나는 최근에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입양은 아니고 결혼으로 한 가족을 더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과 비슷한 것도 많고, 다른 것도 너무 많은 한 가족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살아온 과정이 너무 다른 두 가족이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두 가족이 만나는 것은 더 쉽지가 않다. 빨리 적응하라고 하시는 주례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나의 적응은 시작되었다. 다른 세계에 있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니 빨리 적응하도록 노력하라고 하셨다. 이렇게 나의 결혼은 새로운 가족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삶에 대한 걱정과 함께 시작되었다.
결혼은 언제 할까 고민했던 시간이 다 지나고, 남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도 훌쩍 넘겨버렸다. 굳이 결혼을 하고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과 이제는 엄마도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신 시기에 나는 결혼을 했다. 굳이 해야 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사랑의 결실이 바로 결혼이었던 것뿐이다. 일을 하면 결과가 항상 나오는 것처럼 사랑을 하게 되면 나오는 결과가 결혼이다. 나는 그냥 결과를 받아들인 것뿐이었다. 나는 결혼이 두렵지는 않았다. 불안하지도 않았다. 그저 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혼자 사는 것이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았었다. 말로는 결혼해야지 하면서도 초조해하기보다는 더 까다롭게 굴었고, 그러면서 멀어져만 가던 결혼은 성큼 내게 가까이 왔다.
결혼과 함께 가장 큰 변화는 친구들과 카톡 할 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 먹는 게 일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족에 적응은 빨리 하지는 않아도 된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적응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로 생긴 가족이 설레고 기대가 된다. 어떤 사람들일까. 새로 생긴 조카도 사랑스럽다. 시작도 전에 두려워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두려움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기대감으로 사람을 대하게 된다. 가끔 두려움이 내 안에 찾아올 때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두려움보다 많은 기대가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새로운 가족은 나와 생긴 것이 너무 다르다. 나랑 눈코 입이 다르게 생겼다. 눈코 입이 다르게 생긴 사람들을 가족이라고 불러본 적이 처음인 듯하다. 우리 가족은 어딜 가나 가족이 아니라고 거짓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붕어빵이었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 속에 내가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분명히 소외되고, 분명히 외로울 것이며, 분명히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비슷하게 생긴 나의 가족에 들어와야 하는 그도 마찬가지일 것이니 우리는 서로 같이 적응해 나가며 공감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가족은 나와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연애 때엔 너무 비슷한 환경에 놀라서 호감이 더 생겼지만, 이제와 보니 너무 다른 환경이다. 그는 고기를 좋아하고, 나는 야채를 좋아하며 우리 집은 소고기를 먹고, 그의 집은 돼지고기를 먹는다. 설거지를 할 때 그는 수세미를 두 개씩 쓰고 나는 한 개씩 쓴다. 나는 계란찜은 자주 먹고, 그는 계란 프라이를 자주 먹는다. 나는 짜게 먹는 편이고 그는 싱겁게 먹는 편이다. 오늘 아침 미역국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짜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맛있지? 나는 가장 처음으로 미역국에 적응을 했다. 받아온 첫날엔 아 진짜 싱겁게 먹는구나 했는데 오늘 아침엔 싱거워도 맛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같은 점 안의 다른 점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끔 낯설기도 하다. 비슷한 건 같은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적응해 나가는 순간이 나에게는 재미있는 일이다. 오늘은 미역국에 적응했으니 내일은 나도 수세미를 두 개 사용해 봐야겠다.
20220310, 신혼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