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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번째 키워드: 긴장

긴장하면 안돼가 주는 긴장감

by 언디 UnD

사실 난 최근 2년간 매일매일 긴장의 연속이다. 통역을 시작하면서 잦은 빈도와 강도로 긴장을 느끼게 되었는데, 답답한 건 조금 익숙해질만 나아질만 하다가도 완전히 긴장이 사라지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일을 할 때는 이 정도의 긴장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통역 자체가 꽤 난이도가 높은 활동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해야된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들은 내용을 잘 노트테이킹하고 정리해서 간결한 도착 언어로 말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입으로 내뱉으려하면 눈 앞은 캄캄, 머릿 속은 어지러워지고, 입술 끝에서 달싹거리며 망설이게 되고, 때때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까지 든다. 통역의 효용이란 기본적으로 듣는 사람이 잘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당연하지만, 통역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누군가 내 말을 다 듣고 평가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고 어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긴장 때문에 퍼포먼스가 떨어지면 위축이 되고, 또 그 마음이 다시 긴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때도 있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긴장은 실패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을 두려워하는 마음 같다. 기분 좋은 긴장이 설렘인 것 같은데, 반대로 설렘의 감정은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예상이 전제된 것이기에 긴장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 통역을 잘 못하면 어쩌지, 중간에 내용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노트가 해독이 안되서 멈춰버리면 어쩌지 같은 자잘한 두려움이 날실과 씨실처럼 긴장이라는 감정을 엮어가고 있는 것 아닐까? 어찌보면 실패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 모든 건 연습의 과정이고, 좋은 결과는 흔치 않다는 의연한 마음만 있다면 쉽게 스러질 수 있는 감정일텐데.


4학기째를 시작하고 벌써 3주나 지났지만, 사실 아직도 긴장을 극복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긴장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나를 더 압도할 때가 있어서, 긴장이 되면 긴장이 되는 나 자신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긴장하거나 얼어붙은 상태에서도 언제든 일관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덤덤한 태도를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말이다. 계속해서 반복하다보면 잘 느껴지지 않더라도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겠지, 하며 미래의 나에게 이 과제를 미루고 있다. 마음 먹은대로 모두 조절이 가능하다면 애초에 그로 인해 힘들 필요도 없겠지. 이 긴장을 나에게 필요한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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