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천 비행을 가면 유난히 대한항공 혹은 아시아나 항공과 에어마카오를 비교하시는 손님이 많다. 대한항공은 주던데~ 아시아나에는 있던데~ 하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다. 차라리 저비용 항공처럼, 필요한 걸 돈 받고 팔면 명분이라도 있을 것을.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FSC (Full Service Carrier)인 에어마카오는 있는데도 모자라서 못 주는 경우가 많다. 없어서 못주는 경우도 많다.
그중, 가장 황당했던 요청은 한 나이 지긋하신 남성분께서 나에게 ‘돋보기’를 요청하셨다. 돋보기라니? 다른 항공사에서는 돋보기도 드리나....? 황당했지만 정중히 손님께
“저희는 기내 안에 돋보기는 따로 비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진에어도 주는데!!!!! 너희는 뭐야???? 티켓은 더럽게 비싸면서”
“신문 활자가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이시나 봐요, 죄송합니다. 아니면 제가 활자가 좀 더 크게 인쇄되어 있는 신문이나 잡지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라고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자 그 손님,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라고....
에어마카오 티켓은 비싸지 않다. 저비용보단 비싸 보여도 우리는 무료 수화물, 기내식, 음료, 담요, 베개 등등 다 포함된 가격이라, 저비용에 짐 추가해서 항공권 구매하는 거보다 싸다. 몇 십만 원 더 주고 돋보기 주는 항공사 타시던지, 저렴하게 티켓 잘 구입하셨으면 돋보기는 들고 타세요...
2.
한 번은 무안이었나... 부산이었나 한국인 단체 관광객분들이 타셨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또래쯤 되셨을까. 형형색색 등산복을 입고 한껏 상기된 얼굴로 비행기에 오르셨다. 어느 정도 짬이 차면 직감이라는 게 생긴다. 나는 그 형형색색 등산복 사이에서 맥주가 보였다. 그래서 기내 안에 준비되어있는 맥주를 모두 얼음과 드라이아이스에 넣어두고 칠(Chill - 시원하게 하는 것)해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기내 안은 맥주 파티가 열렸다. 기내식을 담당하는 나는 비워지는 족족 음료를 담당하는 동료에게 맥주를 나르기 바빴다. 그중 한 아저씨,
“어이!! 아가씨!!! 여기 고량주는 없나???”
손님... 고량주라뇨... 아무리 에어마카오지만 고량주는.. 고량주는 못 드렸지만 그날 맥주는 동이 났다.
3.
중국 손님들은 참 궁금한 것도 많으시다. 종종 서비스가 끝나고 *뒷 갤리(기내식을 준비하는 부엌 같은 곳)에서 쉬고 있는 우리들이 궁금 하신지, 빼꼼히 커튼을 열고 쳐다 보시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확! 열고 들어오시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들은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하면 손님들은 배시시... 웃으며
“아니, 그냥 궁금해서”라고 하시기도 하고,
“아니 그냥... 근데 너 지금 뭐 먹는 거야??”라고 하시기도 한다.
한 번은 서비스가 끝난 후, 입안이 텁텁하여 동료들이랑 민트 캔디를 나눠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손님 한분이 커튼을 확 열고 손을 내미시더니
“나도 줘!!!!”라고 하셨다.
하하하하. 재밌기도 하고 어차피 민트 캔디는 많이 있어서 그냥 한 개 드렸다. 그 손님, 자연스레 하나 받아먹는다. 그러자 옆에 있는 내 중국인 동료
“ 그거 얘 꺼인 거는 알고 있는 거니?”
4.
승무원들은 기장님께서 “Cabin Crew, Prepare for landing”이라고 하시면 모든 서비스와 하던 일을 중단하고 손님들의 안전을 체크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식사 중이었더라도 예외는 없다. 커피와 차 같은 뜨거운 음료는 버리고, 갤리 안에 모든 장비들을 시큐어 한다. 그리고 기내로 가서 손님들이 좌석 벨트는 매셨는지, 등받이를 세우셨는지, 테이블은 고정을 하셨는지, 창문은 여셨는지 하나하나 체크한다. 체크를 다 하면 앞에 있는 사무장에게 부사무장이 최종 보고를 하고, 모든 승무원들은 갤리로 돌아가 마저 못한 준비나 식사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우리가 갤리로 돌아왔을 때, 한 손님이 갤리 안에서 승무원이 먹고 있던 과일들을 드시고 계셨다.
“왜 너네들만 좋은 거 먹어? 난 이거 아까 못 봤었는데, 쩝쩝쩝”
5.
에어마카오는 담요를 요청하신 분에 한해서 드린다. 비단 에어마카오뿐만이 아니라 다른 항공사들도 장거리 비행이 아니라면 담요나 베개는 요청하신 분에게만 드린다. 공짜 좋아하는 중국인들이라 그런가, 담요를 쓰지도 않는데 기를 쓰고 받아가시는 분들이 있다. 한 개면 될 텐데 두어 개씩 몰래 받아가시는 분들도 있다.
한 번은 정말 담요가 다 소진되어서 더 이상 드릴 담요도 베개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때, 한 건장한 아저씨 왈,
“이불 내놔!!!!!! 얼어 죽겠다고!!”
“죄송합니다... 이미 다 나눠드리고 없네요”
“나 아프면 너네들이 책임질 거야??? 엉????”
뭐... 익숙한 패턴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최후의 수단, 나의 필살기가 하나 있다.
“(내 재킷을 벗으며) 그렇게 추우시면 제 재킷이라도 벗어드릴까요??”
“어, 내놔!”
젠장... 예상 밖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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