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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Jun 08. 2024

구 직장인 현 사장의 민희진 사태 읽기

영업의 관점에서 바라본 민희진의 태도

민희진vs하이브 간 갈등이 근 한달동안 연예계 핫토픽을 싹슬이 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사실 연예계, 특히 아이돌 업계는 크게 관심없는 분야지만 와이프가 관심이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였던지라 누가 누군지 정도만 주섬주섬 주워듣곤 했습니다.


하이브는 상장사이기도 해서 주식을 하는 분들에게는 익숙할 수 있는 이름이었지만 민희진은 사실 이번 갈등이 공론화되기 전까지는 누군지도 모르는 인물이었습니다. 이번 민희진의 기자회견 뉴스를 접하며 마치 직장인들의 애환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으로 영리한 기자회견을 했다는 사견이지만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영악한 사람이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직장생활을 5년정도, 지금은 사장으로써 고용인-피고용인 관계가 성립한지는 1년도 채 안됐지만 민희진의 입장도, 하이브 방시혁의 입장도 너무나도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직접적인 팬덤인 와이프와 얘기하면서 생각이 달랐던 부분들도 있었는데 이견과 공감되었던 부분들을 간단히 정리해보고 각자의 입장에서 현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적어보려 합니다. (이하 내용에서는 글의 빠른 전개와 작성편의를 위해 극존칭은 생략합니다)



먼저 직장인으로써 가장 공감되었던 부분은 '내 능력으로 이만큼 키웠는데, 내 마음대로 이정도도 못해?'와 같은 태도로 일관하는 민희진의 모습이었다. SM에서부터 동방신기, 소녀시대를 거치며 인정받은 프로듀싱 능력은 ADOR의 뉴진스에서도 그 능력을 잘 발휘한 듯 하다. 본인만의 성공공식을 가지고 프로듀싱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능력은 민희진이 엔터 업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치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커리어가 쌓이면 쌓일수록 '내가 만지면 이 정도 성공은 거둬낼 수 있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독립에 대한 의지는 커졌을 것 같다.


분야는 전혀 다르긴 하지만 회사생활 당시 연간 30억 규모의 고객사들을 관리하면서 나 역시 '나 혼자 30억은 거뜬한데, 혼자해도 절반은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자주했다. 한편으로는 회사의 후광과 시스템을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테지만, 영업을 하면서 고객사와의 관계가 깊어지고 고객사가 나라는 사람에 호감을 가지고, 내가 다니는 회사의 제품을 단가를 고려하지 않고 선택하는 수준까지 가게 되면 독립에 대한 욕심을 억누르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회사에서 원하는 목표치를 계속해서 상회하는 실적을 거두지만 그만한 보상을 못받는다면? 독립을 해서 내가 들인 시간과 공이 회사에 돌아가지 않고 전부 내것이 된다고 생각하면 상당히 욕심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쯤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독립을 하게 되면~'이라는 가정 하에 시나리오 정도는 생각해보게 된다. 독립을 위해 필요한 계획, 회사소속일 때 맡고 있던 고객 중 독립 후에도 내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고객이 누구인지 분류도 해보고, 예상매출액은 얼마까지 가능할지, 유지가 가능할지 등등 구체적인 상황들을 가정하고 엑셀이나 자주 쓰는 노트에 적어보기도 할 테다.


그런데 이렇게 계획을 적어 둔 노트나 엑셀, 독립에 대해 친한 직장동료와 나눈 얘기가 직속상사나 이사진에 흘러 들어간다면? 사측에서 현실화가 없는 일개 직장인의 상상이라고 치부할까? 최전선에서 고객관계를 유지하는 영업사원들의 일련의 배신계획은 (실제 이행할 마음은 없었다고 치더라도) 설령 회사단위에서 30억이 작은 금액일지라도 묵인하고 넘어가기엔 자존심과 회사의 위상이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 회사에 다니던 직원이 회사다닐 때 알고 지내던 고객사를 전부 들고 나와서 독립했는데, 잘 되고 있대!'라는 소문이 돈다면 기존 회사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아닐까? 그리고 그 와중에 회사 욕을 할 사람들은 정말 회사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했거나 매일같이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사람들 뿐일테다. 아무리 회사 다니는 게 힘들어도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뒷통수를 맞아다는 걸 떳떳하게 자랑하고 다닐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민희진도 위와 같은 일련의 생각을 가지고 독립을 꿈꿨을 것 같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일개 직장인은 실제 독립계획을 이행하기 전까지는 그저 몇백만원을 받으며 삶에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민희진은 이미 ADOR의 대표이자 2대주주로써 노력하면 노력하는만큼 성과금을 충분히 받아갈 수 있는 입장일테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일개 직장인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민희진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일개' 월급쟁이이라면 전전긍긍 삶을 꾸리며 본인이 관리하는 고객사나 능력치를 가지고 겨우겨우 독립을 꿈꿨겠지만 민희진은 어느정도의 자본과 외부투자까지 고려하며 일련의 쿠데타를 계획한 바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따지면 회사의 비전을 책임지는 기획팀장이 회사 차원에서 회사의 자본과 시간을 들여 기획하던 신사업을 본인 아이디어라고 들고 나와서 '내 아이디어니까 내 회사 만들어서 내가 키울거야'라고 외치는 바와 똑같다고 본다. 마치 회사에서 기획팀장을 믿고 지원했던 회사의 자본과 시간, 인프라가 마치 전부 기획팀장 자기것인양 구는 것이다. 어느정도 회사생활에서 소위 말하는 '짬밥'이 차서 이제는 '회사자본=본인자본'인 양 인식하는 단계다.


한 가지 크게 간과한 부분은 회사자본은 결코 내 자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에서 내가 주장한 아이디어에 힘을 싣어 밀어준다고 한다면 회사는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내 아이디어에 시간과 투자를 하게 된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실현가능성 있는지, 필요예산은 얼마인지, 실현을 위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 현재 회사의 R&D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지 등 회사의 시간과 자본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시간과 자본이 소요되는 만큼 회사는 다른 분야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그래서 회사는 들이는 시간과 자본이 헛되지 않도록 성공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인적자원의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우수한 인적자원은 아이디어의 실현을 통해 목표달성의 뿌듯함과 더불어 회사에서 약속한 보수 혹은 보상을 얻는 식으로 서로 윈윈하게 된다. 달리 말해 내 아이디어는 회사의 자본없이 실현되기 어려우며, 회사 역시 내 아이디어 없이는 더욱 뚜렷한 성과를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양측모두 대안이 없진 않다. 나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나 회사를 찾으면 되고, 회사는 나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다른 인적자원을 구하면 된다. 하지만 서로 그만한 노력과 시간을 들이기 귀찮고, 또 어렵기 때문에 실제 이렇듯 서로 다른 길을 택하는 경우는 정말 원하는 이상이 다른 경우일테다.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보통 회사에서 회사의 자료를 활용해 도출한 아이디어나 계획 등 일련의 결과물은 전부 회사의 소유물로 귀속된다는 것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얻은 시황에 대한 인사이트나 계획, 타 경쟁사의 동향 등 회사에 속해있지 않은 이상 얻기 어려운 업계정보는 회사의 소유물로 인식된다. 따라서 정말 내가 내 아이디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건 회사생활을 통해 도출되지 않은 것이어야 하므로 회사와 관계없는 아예 다른 분야의 것이거나 현 회사의 정보를 활용해 도출한 결과물이 아니라고 명확히 주장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시 민희진vs하이브 관계로 돌아와보자. 민희진 입장에서는 본인의 우수한 프로듀싱 능력으로 여지껏 맡은 아이돌들을 성공적으로 키워왔다고 생각하겠지만 (물론 절반은 맞는 말이다. 아이디어 없이 실현하는 건 불가능하므로) SM에 있을 때는 SM의 자본이, 지금은 하이브의 자금과 인프라가 활용되었기 때문에 본인의 계획을 실행하고 원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다만 기자회견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하이브 산하지만 독자법인인 ADOR로 나가며 독자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뉴진스가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게 전부 본인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치부하는 건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ADOR설립당시 하이브 말고도 다른 투자처도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지금은 삼성 다니면서 'LG에도 최종합격했었는데 LG갈 수도 있었다'라며 자기위안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을 선택할 이유가 더 많아서 삼성을 선택해놓고 이제와서 막상 다녀보니 삼성이 별로인데 LG갈걸 이라고 말하는 건 본인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시인하는 것 밖에 더 되지 않는다.


하이브라는 회사는 분명 민희진의 능력치를 어느 정도 인정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분도 나눠주고 민희진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종신계약의 형태를 띄고 있을지라도) 결과를 내면 그에 걸맞는 보상을 계약을 통해 내걸었다. 물론 계약내용이 민희진 당사자에게는 불합리하고 충분한 보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여지도 많다고 생각한다. 마치 회사생활할 때 일이 잘되면 내탓, 일이 안되면 전부 회사탓을 하듯 말이다. 나 역시 30억, 45억을 달성할 때면 마치 내가 고객과 관계를 잘 쌓아서 이룬 성과인 양 생각했다. 50%, 65% 이상은 고객과의 관계를 최우선시한 내 역량과 시간투자, 노력이 만든 결과물이겠지만 회사의 제품, 회사의 자본, 회사의 투자없이는 불가능한 결과였다. 위 갈등에서 민희진은 본인의 결과물에 회사가 투자한 부분을 일절 생각하지 않는 발언만 하고 있는 듯 하다.


만일 민희진이 정말 자신이 있고 본인능력치를 믿었다면, 하이브가 아니라 다른 투자처로부터 본인이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거나 혹은 정말 엔젤투자의 형태로 경영권에 일절 간섭받지 않은 채 지금의 뉴진스와 같은 결과물을 냈다면, 어느 누구라도 지금과 같은 갈등 상황에서 민희진 편을 들었을테다. 민희진의 자본과 시간을 통해 이룬 결과물은 전부 민희진 것이 분명하니까.


다만 지금 상황은 아무리 봐도 50대 50은 아닐지언정, 이에 가깝게 (혹은 더 많을수도 있는) 하이브의 자본과 시간이 투자되었다. 하이브는 그 와중에 본인들이 들인 시간과 투자를 대중들에게 잘 어필하지 못하고 있고, 민희진은 그 와중에 본인의 노력과 능력을 대중들에게 잘 어필하고 있다 (화끈했던 기자회견을 통해서). 그렇기 때문에 여론은 어느 정도 민희진의 편일지도 모르겠다. 하이브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도, 민희진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직장인이었다가 이제는 피고용인을 두고 있는 사장의 입장으로써 민희진과 같은 속내를 가진 직원이 있다면 아무리 일을 잘해도 같이 일하는 건 분명 재고해야 할테다. 나보다 능력있고 뛰어난 직원을 쓰는 건 사장에게 100% 좋은 일이지만 컨트롤이 아예 불가능한 직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회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직원이 회사가 정한 테두리 안에서 결과를 도출하고 원하는 만큼의 보상을 얻는다면 그 시스템은 정말 이상적인 시스템이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하이브와 민희진이 갈등하고 또 갈등할까! 그리고 이상적인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까지 회사가 유지 될 수 있을까?


회사를 다니는 유능한 영업사원이 민희진이라면 분명 독립을 꿈꾸고 독립을 실현하기 위해 애썼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재수없게도 독립을 하려는 시도가 실현되기 전에 경영진에게 발각되어 버렸고 (그래서 배임이 되지 않았다) 경영진은 다른 마음을 먹은 유능한 직원을 안타깝게도 쳐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혹은 괘씸해서라도?) 회유책을 써서라도 황금알을 낳는 유능한 직원은 데리고 있으면 좋겠지만 이미 비수를 품고 있는 직원을 눈 딱감고 회유하기도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한다.


와이프는 하이브가 일 잘하는 직원이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다를 바 없는 민희진을 쳐내려는 건 어리석음 일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더라도 말이다. 


민희진이 일 잘하고 하이브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유능한 영업사원인 건 분명하다. 뉴진스를 이만큼 끌고 온 데는 민희진의 시황을 보는 눈과 프로듀싱이 한 몫 했을 것이다. 회사가 이만큼 유능한 영업사원인 민희진이 원하는 이상을 이루게끔 도와주고 (회사와 한 방향을 바라본다는 전제 하에) 하는 만큼의 보상도 준다면 어느 누가 회사를 떠나려 할까? 이런 이상은 실현이 어려운만큼, 유능한 영업사원은, 민희진 마냥 독립을 꿈꾸고 결국 회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때 떠나거나, 싫더라도 현실에 순응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이 갈등의 끝이 비수를 꽂을지, 비수를 뺏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하나 양보 없이는 비수를 들고 있는 이는 손에 멍이 들고, 칼끝이 향한 곳의 상대방은 적어도 생채기 이상이 생기는 진퇴양난의 형국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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