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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Sep 18. 2024

01. 갑자기 구조보강을 해야 한다는 건물주?

그리고 미쳐날뛰는 시공사

8/22 수요일에 쓰여진 글입니다. 전개되는 과정을 여과없이 적어봅니다.


얼마전, 아니 현재도 진행중인 황당한 일이 있어 정리해봅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나른한 수요일 오후, 오픈준비가 한창인데 집주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현재 가게로 임차중인 건물은 김해에 있지만 집주인은 울산에서 거주중이라 항상 무슨 연락이 올 때면, 1층으로 물이 새서 보수를 해야한다거나 (집주인이 난간을 설치하고 테라스 증축시 방수를 제대로 안해서 생긴...), 수도세가 갑자기 많이 나와서 물어본다는 둥 뭔가 크든 작든 사건이 터졌음을 알리는 신호라 괜시리 불안했다.


불안지수 급상승중...


내용을 들어보니 1층 카페에서 테라스에 테이블 3개를 놓고 영업을 하는데 누가 민원을 넣어서 옥외영업신고를 적법하게 받은 게 아니니 옥외영업신고를 하라는 시정명령이 왔다는 듯 했다. 찾아보니 관할청은 위생과였고, 옥외영업으로 추가되는 면적만 추가로 변경신고하면 크게 문제될 게 없어보였다.


그렇게 어려울게 없는데.?


그런데 집주인이 하는 말이 의외였다.


- 1층에서 옥외영업을 신고하려고 해서 위생과에서 시설검토를 나왔는데 평면도와 실제 건물구조가 일치하지 않아서 '보강'을 해야하는데...(중략)


그리고 건축사무소랑 시공사와 얘기해서 보강 허가 관련 일정을 논의해보고 연락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강이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위 내용을 들었을 때는 그냥 보강하고 다시 신고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라고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생각해서 일정잡히면 알려달라고만 했다.


1. 1층에서 위생과로 옥외영업 신고를 하려했는데, 반려.

2. 옥외영업신고 검토 중 건축물 하자 발견 (건축물 평면도와 실제 구조 불일치 사항)

3. 하자 조치를 위해 평면도에 실제 구조를 반영해야 하며, 반영을 위해 보강실시

4. 보강만 하면 1층 옥외영업 가능, 2층인 우리도 크게 문제 없다고 생각함.


그리고 다시 거의 한달쯤 되서 시공사에서 공사 일정관련 논의를 위해 연락을 하겠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시공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마지막 평화


그리고 시공사에서 지난 월요일에 연락이 왔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인 듯 했는데 (개인적으로 아주아주아주아주 싫어하는 말투였다)


- 2층 안계실 때 밖에서 창문으로 보고 갔는데, 보니까 사각 파이프 몇개 세워서 보강하면 되겠네요. 다음 주 언제쯤 들를까요? 하루면 되겠네.


마치 이미 공사계획은 자기가 다 세워놨으니 날짜만 너가 정하면 된다는 듯 말하는 게 굉장히 마음에 안들었다. 우린 아직 합의한 게 아무것도 없고, 사각파이프를 대체 어떻게 시공한다는 것이며, 공사기간은 얼마나 걸리고, 인테리어는 해치지 않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잠깐만 생각해도 대여섯가지인데 너무 쉽게 말하는 게 '아 역시 어중떠중이 시공사라서 그런가보다' 싶었다.


시공사를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건설업계에서 영업을 오래하면서 느낀 건, 시공사들은 정말 1도 발주처나 이해관계자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그저 돈받고, 시공해주고, 보증기간동안 문제없으면 장땡인 사람들이다. 이해관계상 발주처인 집주인의 하청을, 건축사무소가 받아서 건축사무소가 다시 시공사에게 하청을 내린, 하청의 하청의 관계로 인해 책임소재에서 멀어진 게 분명 이렇게 대충대충 일하려는 태도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확신한다. (물론 정직하게 장인정신을 가지고 시공하시는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아닌 분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장인정신을 가진 시공 전문가분들까지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대충하는 시공사는 그냥 없어지자)


여차여차해서 이번주 수요일인 오늘 보기로 했다. 날짜를 오늘로 잡으면서 사각파이프로 보강한다는 부분이 그림이 안그려지니까 관련된 사진이나 시공자료가 있으면 들고 오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자료가 없단다. 1차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었다. 분명 시공사라면 여태껏 보강공사를 해온 이력이 있을테고 그 이력에 사진 1장 쯤은 가지고 있을텐데 사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싶었다.


그 와중에 가게 쉬는날인 어제, 화요일에 가게 근처 왔다가 근처인데 가게 열었는지 또 한번 묻더라. 분명 화요일은 가게 쉬니까 수요일로 잡자고 말한지 하루도 채 안되었을 때다.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지만 드디어 보강공사 논의를 위해 오늘, 목소리만 듣던 시공사 사장님을 만났다. 아니나 다를까, 건축사무소에서 쥐어준 '변경후'평면도만 들고와서는 동그라미 친 부분에 200X200 각파이프를 붙여서 보강하고 파이프 사이에도 보의 역할을 할 파이프를 대서 'ㄷ'자 형태로 보강을 해야한다고 했다.

예상 평면도(보강후)


그 모양을 보고 싶다고 관련 자료나 사진을 요청하자 그런게 어딨겠냐며 계속 입으로 떼우려고 하더라. 그래서 미리 찾아본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식으로 보강을 하냐니까 맞단다.

구글에 '보강공사'라고만 쳐도 관련 사진 수십개가 뜬다 (보강공사 예시)


그리고 나서는 각 파이프가 어디 설치될건지 위치를 짚어주더라.


입구쪽
B홀 안쪽
B홀 바깥쪽
A홀


탁 트인 공간이 맘에 들어서 계약한 이유도 있었는데 탁 트인 공간은 어디로 가고, 숨이 턱턱 막힐 듯한 갑갑한 공간으로 변신할 일만 남은 듯 했다.


더 황당했던 부분은 들고 온 변경후 예상도면에는 B홀 안쪽 벽체가 그려져 있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 부분을 지적했더니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심지어는 해당 부분은 우리가 인테리어 상으로 옮길 수 없는 전선이 지나가서 당장 보강일정을 잡기가 어렵다고 했더니, 해당 부분은 내력벽이 아닌 듯해서 보강을 굳이 안해도 될 것 같다면서 건축사무소랑 의논해보겠다고 하더라.


속으로는 보강일정 잡아주는 일은 옥외영업을 안하면 안했지 계약기간동안 절대 없을 거라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는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지 궁금해서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우리 인테리어 색상이 전부 흰색 페인트를 칠했는데, 일반 페인트가 아니라 입자가 굵은 테라코 제품을 사용했다. 자재를 만약 우리가 제공하면 뿜칠을 해서 가져와서 접합시공을 한 후, 접합부위에 대해 나머지 페인트작업을 해서 마무리할 수 있냐?

A. 안된다. 현장에서 설치 후 롤러 작업할 생각이다.


☞ 각 파이프를 설치하고 롤러 작업을 하게 되면 커버링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상 작업 후 난장판이 된다. 그래서 주변정리가 필수다. 앙카를 설치하면서 나오는 분진이며 페인트 가루, 건축폐기물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할 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심지어 전선이 지나가는 부분은 건들지 않기 위해 조금 이격을 두어 각파이프를 박고 그 틈새를 몰탈로 채우겠단다. 그럼 그 안에 있는 전선은? 전선이 한 두가닥이어도 문제인데, 스피커선이며 내선전화, 노출식으로 만든 외벽콘센트까지 전부 몰탈 속에 파묻을 생각인가보다.


Q2. 입구쪽을 보면 목작업으로 딱 맞게 넣은 카운터가 있다. 목작업 한 부분을 잘라내면 해당 가구는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사용이 불가하다. 시공사라서 이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소재는 없을 수 있겠지만 해준다면 어디까지 해줄 수 있는지?

A. 말한대로 우린 그저 건축사에서 하란대로 하는 시공일 뿐이다. 시공으로 인해 손해보는 부분은 집주인과 얘기해라.


☞ 몰라서 물어본 부분이라기보다 대체 어떻게 작업을 할 심산인지, 정말 시공사로서 명령을 하달받은 대로 그 명령만 딱 이행하고 빠질 건지 태도를 알고 싶어 물어봤는데 역시나. 시공사는 시공사다. 시공사가 시키는 것만 하고 나머진 나몰라라 하는 건 국룰인가보다.



일단 이 시공사는 본인들이 보강할 부분 빼고는 인테리어가 어찌 되든, 전선이 몰탈이 묻히든 말든, 배관뒤로 설치될 각 파이프가 배관을 밀어서 생길 간섭은 전혀 고려할 생각이 없다고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시공을 하면서 생길 모든 문제에 뒷전인 시공사에게 보강허가를 받았든 말든 어떤 합의도 도출하지 않은 채 시공일정을 잡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시공일정이 어떻게든 잡힌다 하더라도 시공하는 내내 단 1초도 쉬지 않고 현장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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