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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nXpaper Sep 11. 2024

[타이핑] 진정한 여행이라는 신화

다프네 데니스의 에세이 

<킨포크>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미국의 잡지이다. 표지와 디자인, 아름다운 사진으로 유명세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2024년 7월 6일 토요일, 나는 브런치 가입과 다른 소소한 문제를 고민하는 척하다 기분전환을 위해 G도서관을 방문했다. 걸어서 20분 거리인 그곳에서, 우연히 『킨포크 트래블』이란 책을 발견했다. 잡지 <킨포크>에 실린 기사 가운데, 괜찮은 것들을 골라 묶은 특집판 같았다. 편집부가 작성한 기사도 있지만, 단아한 에세이들이 눈에 띄었다.      


부러웠다. 


여행과 글쓰기라니!     


생각했다. 

더 늦기 전에 이국의 명소를 찾아 떠나고 싶다고. 

거기서 여행에 관한 글을 쓰면 얼마나 행복할까.       


책을 대출받아 집에 가져왔다. 

에세이 두 어개를 골라 타이핑했다.      

아래는 그 가운데 하나인데, 주제는 간단하다.      

여행과 관광은 그 본질이 (별로, 그다지, 어떤 면에서) 다르지 않다.


이런 단순한 주장을, 약간 길게, 설득력 있게, 잘 쓰는 것. 

나도 배워야지, 했다. 한자어가 좀 많긴 하지만.

여기, 전문을 소개한다.




진정한 여행이라는 신화 The Myth of Authenticity     


by  다프네 데니스     



“나는 여행과 탐험가들을 싫어한다.” 전설적인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회고록 『슬픈 열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에서 레비스트로스는 브라질을 비롯해 자신이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겪은 일들을 토대로 여러 생각거리를 건넨다. 그는 탐험가들이 서구 문화와 접촉함으로써 ‘이제는 사라져 버린 현실’의 환상을 영속시킨다고 한탄한다. 이 책은 1955년에 출판되었지만, 레비스트로스의 딜레마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타당성이 있다. 즉, 목적지의 진정한 본질을 경험하기 위한 여행은 자멸적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방문객의 존재는 어떤 장소든 그곳을 다시는 이전으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꿔버린다. 세계화된 지구촌에서 외부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문화를 만나고자 하는 열망은 시대에 뒤떨어진 태도로 보일 뿐이다.      


진정한 여행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 누군가는 전세 크루즈와 미리 꼼꼼하게 계획한 휴가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떠올릴 것이다. 돈 주고 사지 못하는 경험, 익숙한 길을 벗어나 지역 주민들의 실생활에 스며드는 것 말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관광정치학을 가르치는 인류학 교수 로버트 셰퍼드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진정성이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정성이란 사실 자신을 세계주의자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관심사일 뿐이죠.  ‘여행 travel’이 본질적으로 ‘관광tourism’보다 더 의미 있다거나 바람직하다고 보는 태도는 계급 중심의 전제일 뿐입니다.”      


수많은 ‘자칭’ 여행자는 자신을 관광객과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여행자 역시 여가를 즐기기 위해 다른 나라를 찾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행자와 관광객으로 나누는 이분법은 전자를 고귀하고 후자를 저속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이 두 범주 모두 공통적으로 낯선 땅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인식한다. 즉, 이들은 모두 이방인에 초점을 맞춘 경험을 구매하는 것이다. 모든 편의 시설을 갖춘 리조트든 아니면 지역 에어비앤비 임대든 상관없이 말이다. 셰퍼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것을 경험하려고 하면서 시장 제품을 접하는 건 일종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지에서 판매되는 물건은 어쩐지 너무 상업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사실 역사적으로도 대성당이 있는 곳은 어디든 여행자를 위한 시장이 있었습니다. 늘 그래왔어요.”     


 ‘진짜’에 대한 우리의 탐색은 종종 순수함으로 요약된다. 우리 삶을 통제하는 시장의 논리에서 자유로운 곳, 즉 마사이 부족 전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세상, 볼리비아 주술사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않는 상황 말이다. 하지만 이를 찾는 성향 자체에 문제가 있다. 셰퍼드 교수는 그것이 본질적으로 서구인의 괌심사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가장 크기로 유명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현대에 영향을 받지 않은 문화를 찾으려는 갈망이 없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이런 현상이 신식민주의를 깊이 반성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에 있는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이들을 소비의 대상으로만 여기죠.”     

 

『진정성의 힘』의 공동 저자 조지프 파인 2세는 해외에서 진정성을 찾으려는 갈망은 슈퍼마켓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인생을 경험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에 대해 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일부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목격하는 것 대부분이 이방인을 위한 장치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불편해한다.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현지인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민족적 특성을 가장하거나 문화를 과시하는 등 자신들의 ‘진정한’ 모습으로 관광객 앞에서 공연을 펼친다. 레비스트로스처럼, 서구와 처음 만나기 전에는 이곳의 문명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몽상하는 건 그저 식민지 시대의 편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상황에 분개한다면 그저 개인적인 깨달음을 얻고자 관광업을 발전시켜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국가의 권리를 거부하는 꼴이 될 뿐이다.      


여행자들은 항상 해외에서 일정 정도의 수완을 경험할 수밖에 없지만, 모든 여행을 진실하지 않다고 인식할 필요는 없다. 조지프 파인 2세는 이렇게 말한다. “베네치아에 가서 도시를 산책한다면, 그 경험은 진정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네치아 거리를 거닐며 그곳을 관광객들을 위한 쇼로 해석할 수도 있지요. 베네치아는 13세기의 모습을 인위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도시이니까요.”     


조지프 파인 2세는 <뉴욕타임즈>의 건축 평론가 아다 루이즈 헉스터블의 말을 인용해 우리의 여행 경험을 ‘조작된 진짜’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작된 진짜는 완전히 가짜가 아닌, 진정성에 대한 환상을 바탕으로 구축된 것을 말한다. 헉스터블은 자신의 책 『언리얼 아메리카』(The Unreal America)에서 유니버설 시티워크를 이런 조작된 진짜 중 하나로 간주했다. 반짝이는 인공 외관은 장식하지 않은 건물들 사이에 눈에 띄게 나란히 놓여 있고, 방문객들은 언제나 내부에서 실제 로스앤젤레스를 즐길 수 있다. 그 속임수는 눈에 잘 띄지 않게 숨겨두었다.     


여행에서 마주치는 것에 공연스러운 요소가 있다는 걸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가짜라는 뜻은 아니다. 베네치아 곤돌라 사공은 관광객만을 위해 일하며 그들에게 기술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 기술을 완성하는 데 몇 년을 보내야 한다. 그 사람의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4개 국어에 능통한 노점상 상인은 자신에게 물건을 사가는 부유한 여행자보다 훨씬 더 세계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점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리얼리티를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하는 또 다른 단계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진정한 여행은 해외 생활을 경험하면서 그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그 사회를 체득하고 들여다볼 때 비로소 자신이 그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야말로 순전히 소비주의적인 일방적 접근에서 탐험하는 장소와 어우러지는 양면적인 관계로 전환하게 해준다. 진정한 여행은 알지 못하는 리얼리티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와 그 안에서의 우리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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