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여전히 저에게 낯선 공간입니다.
브런치를 어떻게 활용하고 사용해야 할지 방향을 정하지 못한 탓에 지금까지 글감을 찾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솔직한 것이 가장 나다운 것이라 결론 내린 저는 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사람, 생각들에 대해 저만의 언어로 써 보기로 했습니다.
나 아닌 타인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최대한 제가 듣고 기억하는 이야기를 기록해 볼게요.
그 남자의 부모님은 13살 나이차 나는 부부였으며 그는 2 남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그가 태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는 화가 나면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은 채 질질 끌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 또한 만만치 않은 성격이라 아버지와 싸우는 날이면 술을 먹은 채 어린 두 아들들에게 욕과 화를 퍼붓었다고 하네요.
두 분 중 한 분만이라도 아이들을 감싸주는 보호자여야 하는데 그 남자네 부모님은 모두 언어폭력과 폭행을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고 어린 두 형제에게 가하는 분들 이셨다고 했어요.
어린 두 아들들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요?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엔 (있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정말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부모님과 함께 보낸 행복한 시간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어요.
그의 아버지는 평소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술만 드셨다 하면 신에 대해, 철학에 대해, 인간 역사에 대해, 그리고 도덕에 대해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하시는 분으로 변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한 얘기를 어린 두 형제에게 물어보는데 그들이 대답을 못하면 제대로 안 들었다고 혼낸 후 처음부터 다시 그 이야기를 리바이벌 하셨 다고 하네요. 아이고 두야~~
그의 어머니는 사람을 잘 믿는 분이셨고 언니 동생 하는 분들이 무엇을 부탁하면 투철한 사명감으로 그 부탁을 꼭 들어주시는 분이셨다고 해요.
이런저런 부탁을 들어주다 보니 집안 형편이 날로 힘들어졌고 급기야는 그의 아버지 이름으로 보증까지 서서 은행 빚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고...
그 남자가 자라면서 엄마로부터 주로 들은 말이 "나는 막내가 20살 되면 집 나간다." 였다고 했어요. 그의 어머니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신과 동생이(연년생) 군 복무하고 있을 때 정말 집을 나가버리셨다고 했고요.
엄마가 집을 나가버리는 바람에 집안은 엉망이 되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더 이상 싸우는 소리가 안 나서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어요. (이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이것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대략 난감입니다.
보통의 가정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속을 썩이는 데 그 남자네 가정은 반대로 부모가 아들들의 속을 썩여 자식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고 했어요.
동네 사람들도 "어떻게 저런 집구석에서 이렇게 착하고 바른 아이들이 태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고 하네요.
제가 그 남자를 알게 된 때는 군 복무를 마지고 집안 살림을 어설프지만 나름 하고 있을 때였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