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를 기다리는 마음
나이가 들수록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지고, 명절의 설렘도 조금씩 사라져 간다. 특히 크리스마스는 유독 그런 것 같다. 어릴 적엔 12월로 들어서기만 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괜히 마음이 들떴는데 말이다.
우리 엄마는 완전한 현실주의자였다. 크리스마스 전날이면 우리를 앉혀 두고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 주셨다. 선물은 주로 학용품이나 책 같은 것들이었다. 그렇게 선물을 받아 들고도 어린 나는 산타 할아버지가 내가 갖고 싶어 하던 바비 인형을 밤에 몰래 두고 가실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 크리스마스이브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으로 손을 뻗어 선물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곤 했다. 우리 집엔 트리 같은 건 없었기에, 산타는 당연히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가실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산타에게서 선물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내 가족이 생기고 나서는 크리스마스가 뭔지도 모를 아주 아기 때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어김없이 트리를 장식하고 전날 밤 몰래 일어나 트리 아래에 선물을 두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산타가 다녀갔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말이다. 그 덕분인지 아이는 산타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5학년이니, 은연중에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며칠 전 아이가 내게 물었다.
“우리 반 친구들이 산타는 없대. 엄마는 어릴 때 산타 할아버지를 믿었어? ”
이제는 사실을 말해 줄 때도 된 것 같아, 나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아주 어릴 땐 믿었지. 그런데 엄마는 산타한테 선물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어. 엄마가 나쁜 어린이였나 봐.”
이렇게 너스레를 떨고, 올해 어떤 선물이 받고 싶은지 직설적으로 물어봐서 엄마가 선물을 사둔 거였다는 걸 밝힐 차례였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다시 물었다.
“엄마, 어릴 때 살던 집에 굴뚝이 있었어?”
“아니, 없었는데.”
“그렇지? 그럼 엄만 분명 착한 어린이였을 거야. 그런데 굴뚝이 없어서 산타 할아버지가 못 오신 거야.”
이제 산타의 실체를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 큰 아이가 이렇게까지 산타를 굳게 믿는 데에는, 주택인 우리 집 지붕에 진짜 굴뚝이 있다는 사실이 한몫을 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크리스마스가 예뻤던 건 선물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믿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몰래 준비하던 시간들. 어쩌면 나는 지금도 산타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그 마음을 아이에게 오래 남겨 두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올해도 새벽에 일어나 트리 밑에 선물을 몰래 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