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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e May 06. 2021

고기반찬과 고양이손님

 

 나는 평소 다이어트를 위해 저녁을 간단하게 먹는다. 아들은 성장기이기 때문에 저녁때 꼭 고기반찬을 하나씩 넣어주는데, 입이 짧은 아들은 반찬을 다 먹지 못하고 꼭 남기곤 한다. 우리 집 강아지 바카가 살아 있을 때는 저녁시간 때쯤 되면 아들이 남긴 고기반찬 얻어먹으러 부엌 앞 데크에 헐떡이며 앉아 있었다. 그럼 나는 뼈를 잘 바르고 손질해서 순살만 남긴 생선, 소고기, 돼지고기 등 그날 남은 고기를 바카에게 주곤 했다.


 바카는 우리 집에서 16년 살다 간 나의 오랜 친구다. 원래 바카는 사료를 아주 잘 먹었었는데 열 살이 지나고 나니 사료 말고 다른 음식을 너무 먹고 싶어 했다. 그래서 종종 간식을 사주거나 고기를 주기도 했다. 바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서 한동안 너무 힘들었다. 오랫동안 같이 했었기 때문에 그의 부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한동안 저녁 먹을 때마다 꼭 바카가 부엌 데크 앞에 와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설거지를 할 때마다 버리는 고기도 너무 아까웠다. 아이 반찬이라 많 양이 아니어서 보관하기도 애매하고 버리자니 그것도 아까웠다.   


부엌 앞 데크에서 기다리는 바카


 작년 겨울은 너무나 추웠다. 길에서 지내는 고양이 친구들에게는 너무 힘든 겨울일 것 같았다. 우리 동네에는 유독 길고양이가 많이 사는데, 동네 주민들이 먹을걸 챙겨주는지 다들 통통하고 건강이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주택에 살면서 쥐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다. 너무 추우날은 길에서 자는 친구들이 걱정되었다. 눈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 먹을 건 잘 찾아 먹는지, 따뜻하게 등 붙이고 잘 때는 있을지 말이다. 그러다 그날 저녁도 남은 고기를 버리려다 혹시 몰라 접시에 담에 데크 위에 올려놓았다. 밖에 배가 고픈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쓰레기로 버리는 게 너무 아까워서였다. 아무도 먹으러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누구라도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다음날 아침 확인해보니 싹 먹고 빈 접시였다. 눈 위에는 고양이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 후로는 저녁때마다 남은 생선을 접시에 담아 데크에 올려두었다. 그랬더니 저녁시간이 되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밖으로 나가면 멀리 도망가 버리지만 창문 밖에서 보고 있으면 와서 먹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네 주민들 중에 사료를 챙겨주는 집이 종종 있는 것 같은데, 생성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집은 별로 없는지 우리 집 데크 자리를 가지고 자기들끼리 격렬한 몸싸움도 버리곤 했다. 하루는 집에 있는데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려 밖을 보니 네 마리가 서로 붙어서 싸우고 있었다. 원래 우리 집에 자주 오던 삼색이가 다른 고양이들이 못 오게 쫓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자주 오던 삼색이가 우리 집 터주 대감이 된 것이다.


 어떤 날은 이층 서재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고양이가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내려와 보니 유리문에 코를 박고 울고 있었다. 접시가 비어 있었는데, 그날 유독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남는 생성이 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결국 나는 고양이 간식까지 사서 준비해놓게 되었다. 먹을걸 달라고 찾아온 손님을 빈손으로 보내기 미안해서였다.


 반년을 생선과 고기, 간식을 주면서 지냈지만 길고양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곁을 주지 않는다. 내가 문을 열고 나가면 정신없이 도망가 버리곤 한다. 물론 아주 멀리 가진 않고, 내가 간식을 가지고 나오나 멀리서 보고 있다 내가 간식을 주고 집에 들어가면 그제야 가까이 와서 간식을 먹고 얼른 가버린다.

 

 아마도 우리 집 바카가 가버리고 나도 어딘가에 정을 주고 싶었었나 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고양이들을 도와준 것이 아니고 길에서 사는 작은 천사들이 바카가 떠난 빈자리를 조금은 채워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조금만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허락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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