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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 boo Jul 19. 2021

[심야술집] #1 여자가 술집을 한다고?

적당한 술 한잔이 생각나는 시각, 심야술집 에세이로 찾아갑니다


프롤로그 첫번째

[여자가 술집을 한다고?]


ⓒ원부연


2014년 6월, 이노션이라는 광고회사를 퇴사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달인 2014년 7월, 내 이름을 모티브로 한 '원부술집'을 상암동에 오픈했다.

이후 '모어댄위스키', '하루키술집', '신촌극장', '신촌살롱'등 다양한 브랜드의 공간을 만들었다.

(아쉽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여름, '신촌극장'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폐업했다.)

심야술집 에세이는 그간 느꼈던 다양한 술집 등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프롤로그 1


여자가 술집을 한다고?


퇴사 후, 원부술집을 오픈했던 2014년 7월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이다. 질문 유형도 여러 가지. "이렇게 술집 여러 개 운영하는 여자 대표님은 처음 보는데요?", "아니 이걸 혼자서 다... 감당이 되세요?", "이 위험한 세상에 여자 대표님이 술집을 한다니요. 무섭지 않으십니까?" 놀람, 감탄, 우려, 걱정 정말 다양한 반응이었다.






의외의 일, 신기한 일을 하는 사람. 


나는 그런 호칭을 들어가며 어느덧 창업 8년차를 맞이했다. 처음에는 술집을 한다는 게, 여자라는 게 오해의 시선을 받을 때가 많았다. 아무래도 창업을 했던 2014년 당시에는 사회적 시선도 보수적이었고, 지금처럼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있지도 않았다. (지금은 살롱, 복합 공간, 실험적 장소 등 너무나 많아졌다.)


무슨 일 하냐는 질문에 ‘술집’한다는 대답은 의도치 않게 대화의 흐름을 단절시키곤 했다. 몇몇 분들은 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아니,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인가? 의아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 돌이켜보면 마치 다 계획이 있던 사람처럼, 그들의 걱정이나 염려와 달리 나는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퇴사 후 처음으로 오픈한 상암동 '원부술집'. 내 이름을 딴, 내 얼굴을 간판으로 넣은 공간이었다.






작가로서, 기획자로서, 경영자로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직업 정체성을 만들어준 시작은 '술집'이었다. 수많은 공간들과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이 일을 하기까지 다양한 영감을 주었다. 그것은 놀라울 만큼 절대적이었다. 당시에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요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탄생될 때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한 예로 ‘언젠가 신촌에 극장을 만들고 싶어.’라는 상상을 하며 술집에서 허황된 말들을 늘어놓던 적이 있었다. 대학 연극 동아리 시절 모두에게 꿈같은 미션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2017년, 신촌극장을 기획하고 오픈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그것도 정말 신촌이라는 장소에서. 상상만 하던 것들이 현실이 될 때 소름끼칠 만큼 놀라웠다. 


어렸을 때 딱히 친구도 취미도 없던 나는 책 안의 세계에서 혼자만의 상상을 펼치곤 했다. 넓은 세상을 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혼자서 그릴 수 있는 무한대의 꿈을 꾸었다. 그것이 구체적인 목표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책 속 세상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2017년 오픈한 신촌극장. 진짜 극장을 오픈하게 될 줄이야.






그 다음으로 나에게 상상력을 자극했던 소재가 바로 '공간'이었다.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배워간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선배들의 궤변조차 어떤 공간에서는 때론 신박하게 들리곤 했다. 사람과 콘텐츠가 특정 공간에서 만났을 때 극대화 되는 순간들. 그것들이 쌓이다 보니 공간에 대한 애정도 점점 깊어졌다.


하지만 나 역시 손님의 입장으로 공간을 다녔을 때는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과 술을 좋아하며, 그 안에서 여러 작당모의를 추구하던 대학생이자 직장인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공간에서 느꼈던 여러 감정들이 공간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엄청난 자양분이 되었다. 






예전이고 지금이고 여자에게 술집이란 복잡한 기분과 기억을 안겨준다. 


여자에게 술집이란, 조심스러운 한편 두려운 존재다. 왠지 술집이란 남성 일행이 동행해야 안심하고 갈 수 있는 곳 같기도 하다. 술이라 함은 취함을 전제로 하고, 그만큼 감정적으로 변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술을 한잔 하고 싶어도 여자들은 술집을 편하게 가기가 쉽지 않다. 나도 늘 그랬다.


이는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언제 손님이 취할지 몰라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모든 손님이 안전하게 들어가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가끔은 나도 취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애써 지우곤 했다. 술집을 경영하니 사람과 술에서 멀어지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술 한 잔 하러 어딘가로 가는 건, 술집 주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광고회사를 다니며 사이드잡으로 운영했던 술집, '아름다운 시절'.






그럼에도 내가 술집이라는 공간을 운영했던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 공간에서 일어나는 매일의 이벤트가 즐거워서. 때론 힘들고 두렵고 지치지만,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쁨이 컸다. 그들의 표정과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함께 콘텐츠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엄청난 특권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정직해서다. 장사는 손님이 돈을 지불한 만큼 매출을 올리고 거기서 수익을 남기는 구조다. 요행을 바랄 수 없으며, 매 순간, 시간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회사 다닐 때는 일을 더 해도 덜 해도 똑 같은 월급을 받았다면, 장사는 정직하게 일한 만큼만 벌 수 있다. 적당히라는 게 용납되지 않는 영역이다. 






공간을 운영함에 있어 여사장의 위치에 있다는 것


이 글을 쓰며 한 번 돌이켜봤다. 뇌피셜이지만 여사장이 운영하는 공간일 경우 장점이 좀 더 많지 않을까? 일단 손님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여자가 사장이면 조금 편안하게 공간을 대한다는 건 어느정도 사실이니까. (이모! 하고 부를때 특히... ㅋㅋ) 돌이켜보면 손님들이 나에게 짜증 내는 일도 생각보다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는데, 보이지 않는 손님에 대한 섬세한 배려도 존재했다. 여자 손님이 화장실을 갈 때 좀 더 신경을 써준다던지, 자리 정리를 틈틈이 해준다던지, 안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한다든지 등등. 이런 지점에서 조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손님들이 얼마만큼 느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9개의 공간 브랜드를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다. 


그렇게 시간과 장소가 더해지며 나에게 수많은 이야기가 쌓여갔다.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기까지의 생각을, 옛 공간들에 대한 구체적인 추억들을 ‘기억 중심으로’ 에세이를 통해 풀어보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지금의 커리어를 쌓기까지 그 시작도 끝도 모두 '공간' 이었다. 나 스스로도 여러 공간, 특히 '술집들'에 대한 회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글을 읽다보면 술 한 잔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이 글과 함께 좋은 술을 곁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술과 함께 하는 하루의 마무리는 늘 그렇듯, 너무나 특별하니까.




ⓒ원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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