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Beer
텍사스 서부에 위치한 엘 파소는 멕시코와 국경지대에 있는 도시이다. 미군들과 국립 경찰들이 국경지대를 주둔하고 있어 또한 가장 안전한 도시라고도 한다.
다운타운에서 몇 블락 걷다 보면 멕시코이다. 경계선이 그냥 길 건너 가면 멕시코이니, 아무래도 여기가 멕시코인지 미국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비행이 끝나면 아무리 피곤해도 난 산책을 가려고 한다. 현금을 조금 챙겨 나가기로 했다. 엘패소에선 잡화상점이 국경 근처에 무지 많다. 혹시나 모르니 잔돈을 쓸 일이 있을지도 몰라 챙겨 나가면 좋다. 몇 블락 걷다 보니, 조그만 식당이 눈에 띈다.
정겨운 멕시코 팝이 울리고 몇몇 젊은 애들이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아! 낯설다. 여기선 나 혼자 외국인이야. 혼밥은 익숙한데, 스페인어를 배웠지만, 내 눈은 까막눈이다. 물론 영어로 된 메뉴도 있었지만, 난 용기 내어 보고 싶었다.
밝은 미소의 예쁜 아가씨가 주문을 받는다. 굳이 스페인어를 쓰려는 내 모습이 대견해 보였나 보다. 그녀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다. 사실 평상시 내가 먹던 그런 타코나 부리코도 아닌, 분명 스페인어가 영어로 읽히는데 뭔지 알 수가 없다. 그녀는 사진이 있는 메뉴를 보여준다. 나? 미국에 있는 거 아냐?
목이 탄다. “ 혹시 맥주 있어요?”
그녀는 “ 그럼요. 맥주 있어요. 어떤 맥주 마시고 싶어요?” 아! 그녀가 알아들었어! 휴! 그런데 문제는 반대로 내가 못 알아들었다. 끙!
“??? 몰라요 “ 애써 스페인어로 뭔 맥주를 달라고 할지 고민을 하는데 그녀가 조금은 서툰 영어로 “ 빨강 맥주 먹어 볼래요? 맛있어요. “
“ 빨강 맥주요?” 그래 알아들을 때 그냥 시키자. 목이 말라죽을 것 같았다. 음식도 그림 메뉴를 보고 뭔가 포송포송 치즈가 소복이 눈밭처럼 쌇여 있는 것을 시켰다.
그녀가 그 빨강 맥주를 들고 나오자마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빵! 하고 터졌다. 그녀도 나도 그리고 옆테이블에 앉은 다른 손님들도 모두 깔깔대며 웃는다. 나의 반응이 너무 웃겨서.
상상도 못 했던 그 빨강 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