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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의 얼굴

Lago Atilan

by Ichi H

세상 어딜 가든 이장님 같은 사람들이 있다. 안티구아의 재래시장을 가는 길목에서 우연히 인상이 좋게 보이는 후안이라는 아저씨를 만나게 되면서 안티구아의 일정에 속도가 붙어졌다.


후안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선생님을 연결해 주는 원맨비지니스 사업가이다. 오래전부터 스페인어를 가르치다가 이젠 경험을 쌓아 중개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친구의 여행사 가게이며 마사지 가게 그리고 수업을 할 수 있는 어학당이 다 같이 존재하는 그런 가게이다. 오래전 한국에서 복덕방이면서, 커피도 시켜 먹고, 미용실도 붙어있는 왠지 낯설지 않은 한국의 풍경이 떠올랐다.


후안의 영어실력이 꽤나 수준급이다. 그의 현란한 혓바닥에 넘어가지 않으려 무지 애쓰다가 결국엔 언니는 일대일 강사를 일주일 받아보는 것으로 게약을 했다. 덩달아 그의 마법 같은 숫자게임에 넘어가 “ Lago Atitlan” - Between waters 아틀란 호수를 가는 투어를 예약을 하게 되었다. 일주일 동안 마당발인 후안의 보살핌? 에 나름 안티구아의 하루를 알차게 보내긴 했다.


아틀란 호수는 세계 3대 호수로 꼽히며 중앙아메리카에서는가장수심이깉은호수이다. 현지인들의 자부심이 강하고 San Pedro, Toliman, Atilan으로 3개의 화산이 둘러싸인 호수이며, 마얀 원주민의 마을들이 둘러싸여 있는데 아주 가까이 있는 거리에도 그들은 각자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다음날 아침 새벽에 봉고차가 관광객들을 이리저리 마을을 돌아다니며 다들 픽업을 해서 목받침이 없는 아주 불편한 봉고차에 아슬아슬 벼랑 끝과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를 헤치고 드디어 호수에 도착했다. 두번은 못하겠다. 도착하자마자,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호수 앞의 식당에서 맛난 현지 음식을 먹었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주변 동네 국가에서 온 것인지, 우리보다 두 배는 더 싸게 투어비를 낸 것 같다. 하긴 따지고 보면 미국달러로 계산하면 그다지 비싼 가격은 아닌 것 같았다.



일행 중에 영어 투어에 동참한 고등학생 Kaz, 캘리포니아에서 온 그 남자애는 안티구아에 봉사를 2주 동안 하며 있다가 이제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투어를 한다고 하나 참 기특하다. 엄마가 의사인데 아프리카에서 엄마가 의료봉사를 하러 가는 계기로 그곳에서 있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아이다. 세상을 넓게 보는 아이가 대견하다.


Quyen, 그는 베트남 삼촌이다. 진짜 여기가 베트남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까무잡잡한 얼굴에 반바지에 쪼리슬리퍼를 신고 나타난 Rich Rich uncle Quyen이다. 베트남에서부터 시작하여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 독특한 아저씨이다. 나중에 베트남 가면 부잣집 아저씨가 밥 사주냐고 농담하니, 밥 한 끼는 꼭 사준다고 연락하라고 한다. 돈이 많은 친구가 전부 인이 죽고 난 후 새 부인과 결혼을 하고 난 후 이제 잘 사나 싶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다 자기도 즐기지도 못하고 죽을까 봐, 가방을 싸매고 집을 나선 것이다. 그의 여행일지는 참으로 흥미롭다. 시간이 부족하여 참 아쉽다고 생각되었다.


우리들은 마얀 원주민이 사는 동네를 투어 하면서 영어 그룹으로 묶이며, 서로 점심도 나눠먹고 여행일지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우리의 가이드는 영어를 꽤나 능숙하게 하는 눈이 크고 선한 여자 대학생이 맡게 되었다. 그리고 스페인어 가이드도 꽤나 귀여운 남자 대학생이다. 아! 그들의 이름을 잊어버렸다. “Love Birds” 둘이서 웃는 모습이 무지 순수해서 내 맘이 다 깨끗해진 것 같았다.


마얀 마을들을 방문하려면 배를 타야 한다. 따로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이 시원한 바람이 너무나도 신선했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보트를 타고 우린 마얀 마을에 도착했다. San Pedro, Santa Clara, San Lucas Toliman, and Santiago Atilan.


아주 특이한 것은 주변 마을들은 보트로만 연결이 가능하다. 호수의 둘레길이 없다.

이 호수에는 수심깊숙이 숨겨진 마얀도시들이 존재한다. 세계 탐험자들의 발길이 끓이지 않는 미스터리호수이다. 마얀사람들은 자연을 숭고하게 생각하고 미신을 철저히 받아들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그렣게 보면 한국의 정서와 조금은 비슷하여 낯설지가 않았다. 과테말라의 자랑스런운 얼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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