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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샘 Jul 21. 2022

어쩌다 "MBC 테마기행 길 [제주편] 방송 출연

내 그림이 TV 화면을 채우다

어반 스케치 가는 날

어반 스케치: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나
여행을 간 도시, 마을 등을 현장에서 그리는 것을 뜻한다.

6월 21일, 매주 공방에서 그림을 그리다 오늘은 동기분들과  '교래리 삼다수 숲길'에 어반 스케치를 가는 날이다. 그동안 실내에서 작업하다가  야외에서 드로잉과  수채화 채색을 한다고 하니 무척이나 설레었다.


설렘을 가득 안고 다양한 준비물(스케치북, 수채물감, 붓, 물통, 스케치 도구, 의자...)을 챙겨 교래 삼다수 숲길로 향했다.  교래리 삼다수 숲길은 그야말로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생명력이 넘쳐났다. 산책로로 조성된 숲길은 산수국으로 군락을 이루어 걷는 이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숲길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며 곧고 길게 뻗은 삼나무들의 향연을 마주하다 보니 몸속 폐의 탁한 공기가 정화되는 듯했다.  녹음이 짙은 숲길을 거닐다 우리 일행은 장소를 물색하고 삼나무와 산수국이 흐드러지게 핀 곳에 자리를 선정했다. 화폭에 담을 풍경을 눈에 담은 후 구도를 잡고 스케치 후 드로잉을 시작했다.




촬영팀을 만나다

각자의 자리에서 드로잉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소요되었을까? 숲길 저 멀리에서 무리를 지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카메라를 든 스텝들과 마이크를 든 리포터가 접근했다.

순간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리포터는 중견배우 최주봉 씨였다. "MBC 테마 기행 길 <제주 편>을 촬영 중이라고 했다. 양해를 구하며 그림 그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인터뷰를 제안하셨다. 선생님께서는 당황스러워하셨지만  흔쾌히 승낙을 하셨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점점 근접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긴장은 물론 드로잉 하던 손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며 경직되었다. 세포들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숲길 드로잉 장면을 담고, 바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리포터가 질문을 던지면 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내 순서가 도래했다. 리포터와 마주 앉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나대기 시작했다. 삶에 있어 노래가 아닌  인터뷰의 마이크가  나를 가리키는 생경한 현장에 놓여 있었다.  리포터가 질문을 던졌다.


그림을 그리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제주 이주 후,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다 보니 그림으로 표현하고픈 마음이 크게 일렁였어요. 풍경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시간이 허락된 타이밍에  시도하게 되었어요.
그림을 그리시면 어떤 점이 좋으세요?
 평소에는 아이들 챙기랴, 남편 챙기랴, 집안일하랴 나만의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온전한 저의 시간이 되더라고요.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잠재워지면서 마음 충전도 되고 위로의 시간이 된답니다.


남편은 응원해 주시나요?
네. 오랜 삶의 터전을 벗어나 낯선 타지에서 옛 인연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다가 그림에 집중하며 제주도 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니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주더라고요.



3가지 질문에 대한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인터뷰 날을 시작으로  3주 정도가  지나 방송 작가님께 방송 날짜를 전달받았다.


내 모습과 그림이 화면을 채우다

드디어 7월 16일 토요일 오전, 내 모습이 TV 화면에 방영되었다. 설렘 반, 떨림반으로 거실에 아이들과 모여 앉아 방송시간을 기다렸다. 광고가 끝나고  "물이 빚어낸 풍경을 거닐다" 주제로 최주봉 리포터의 등장과 함께 방송이 송출되었다. 한라산이 품어 안은 초록빛 싱그러운 생명의 땅, 곶자왈 소개로 방송이 시작되었다. 곶자왈, 삼다수 숲길의 영상이 지나고, 어반 스케치하는 우리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내 그림이 화면을 채우다

드로잉을 하고 인터뷰하는 영상이 소개되었다. 딸아이가 엄마의 모습이 나타나자, 기쁨의 탄성을 자아냈다.  TV 화면에 담긴 내 모습이 무던히도 어색했다.  하지만 하얀 도화지에 펜을 잡고 드로잉 하는 모습, 수채물감으로 덧입힌 그림에  영상미가  가해지자 더 멋스럽게 연출되었다. 순간 영상에 매료되었다.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이지만 자부심과 뿌듯함이 내면을 가득 채우는 찰나였다. 그 영상을 마주하니 힐링은 물론  희열과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오랜 시간 직장생활과 워킹맘으로 나를 잊고 살았던 시간을 뒤로하고  제주 이주 후 나를 되돌아보며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깊이 있게  관찰 중이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가 아닌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영역 중에 하나인 그림으로 마주하는 시간,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나만의 색채로 담아내는 여정 중에 TV 출연이라는 색다른 경험! 제주에서 또 하나의 뜻깊은 추억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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