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딸과 아빠가 각자 두손가락(엄지와 검지)을 이용해 화음을 맞추며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해 보인다.(띵띵띵,땅땅땅..... 띵띵 땅땅 띵띵 땅땅....)
설거지하다 말고 두 부녀의 젓가락 행진곡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뒷모습을 감상하게 되었다. 서로 해맑게 웃어보이며 신나게 연주를 해보인다. 밝고 경쾌한 젓가락 행진곡이 끝나자, 이어 아빠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딸아이가 노래를 불러 주었다.
요즘 피아노 배우기에 한창 몰입중인 딸아이는 코드로 연주하는 것을 보더니 연신 신기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빠의 코드반주를 배우고 싶은지 진지한 모습으로 한참을 관찰하더니 반주법 코드에 대해 물어본다. 아빠는 딸에게 악보에 적힌 코드를 알려주며 천천히 반주시범을 해보인다. 딸은 아빠의 건반 연주를 모방해가며 건반을 찬찬히 눌러보인다.
"아빠 이 Dm코드는 어떻게 치는거에요?"
"먼저 검은건반 누르고 , 흰건반 이렇게 누르는 거야"
"이 Am코드는요?
"아~~ 어려워요!"
"어렵지, 처음이라 그래. 천천히 자주하다 연습하다 보면 금방 익히게 될거야."
두 부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노라니...뭔지 모를 충만함과 감사함이 몽실몽실 차올랐다.
이런 두 부녀의 모습은 자주 연출된다.
남편의 취미는 기타치며 노래부르기이다. 남편이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를때면 어김없이 딸아이는 아빠 옆자리에 차지하고 앉아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따라부른다. 남편은 그런 딸아이모습이 사랑스러워 딸아이 노래 박자에 맞추어 기타로 박자를 맞춰준다. 그 박자에 딸은 더 신이나서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이어 다른 노래도 부르자고 조른다.
"아빠 이번엔 부를 노래 제가 고를래요"
이번 노래는 딸아이가 선곡한 노래이다.
악보책을 이리저리 마구 뒤집더니 동방신기의 "풍선" 노래 앞에서 멈춘다.
남편이 어느날 이 노래를 불렀는데 , 딸아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이 노래를 쳐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있다.
"아빠, 풍선노래 불러요."
"이 노래가 맘에 들어?"
"이 노래 부르면 풍선이 되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들어서 신나요."
아빠의 연주에 맞추어 딸아이는 어디서 보았는지 젓가락으로 박자를 맞추는 시늉을 해보이며 노래를 목청껏 불러보인다.
남편은 그런 딸아이 모습이 사랑스러운지 기타음을 더 세게 신나게 쳐주며 노래를 같이 불러보인다.
동방신기<풍선>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내어릴 적 꿈은 노란 풍선을 타고
하늘높이 날으는 사람
그 조그만 꿈을 잊어버리고 산 건
내가 너무 커버렸을때
하지만 괴로울땐 아이처럼 뛰어 놀고 싶어
조그만 나의 꿈들을 풍선에 가득 싣고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왜 하늘을 보면 나는 눈물이 날까
그것 조차 알 수 없잖아
왜 어른이 되면 잊어버리게 될까
조그맣던 아이 시절을
때로는 나도 그냥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싶어
잊었던 나의 꿈들과 추억을 가득싣고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맑고 경쾌한 노래에 절로 어깨가 들썩여졌다. 두 부녀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 게임을 하던 아들도, tv를 시청하던 나도 어느새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느새 딸아이와 아들은 아빠 기타연주와 노래에 맞추어 막춤을 선보이기도 한다. 어느새 첫째와 둘째의 막춤에 절로 크게 박수치며 "아이코 우리 강아지들 춤 잘추네!" 라며 함박웃음이 지어지곤 한다.
남편은 청년때 교회에서 찬양부에서 기타를 쳤다. 그 과정에서 기타와 피아노를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한다.수준급은 아니지만 코드를 보며 일반가요등은 무난히 치곤한다. 기타도 기타지만 노래도 곧잘 부른다. 연애할적 남편과 나의 자주가는 데이트 장소중 하나가 노래방이었다. 노래를 잘 못하는 나는 노래방 가는 것을 그리 탐탁치 않았던 찰나였다. 하지만 어느새 남편의 노래 부르는 모습에 어느새 심취해 버렸다. 그 이후 종종 노래방 데이트를 즐겼다.
나에게 처음 불러준 노래는 임재범의 "고해"라는 노래다. 고해라는 노래를 전혀 알지 못했던 나는 '무슨노래지?' 하며 시큰둥 했는데 그 뜻을 알고보니 색다르게 다가왔던 노래이다. 나를 생각하며 꼭 불러주고 싶었던 노래였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2000년대 유행했던 노래를 거의 섭렵할 정도로 불러주었다. 특히 SG워너비 팬이었던 나는 남편에게 SG워너비노래를 불러달라고 종종 요청을 했었다. 그럴때마다 남편은 싫은 내색 없이 고음을 맘껏 내뿜으며 미소와 함께 달달한 눈빛으로 불러주었던 경험이 새록새록하다.
올해 여름 뜨겁게 옛추억을 소환해주었던 '놀면뭐하니?'에 출연했던 SG워너비 를 다시 마주했을땐 눈물까지 그렁그렁 차올랐다. 눈물을 훔치며 시청하고 있던 내게, 딸아이는 "엄마, 울어요?"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응, 엄마 아가씨 였을때 추억이 너무 많은 노래라서..."
아련했던 20대의 추억이 가슴깊이 차올라서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딸아이는 기타를 치는 아빠모습의 영향인지 기타를 배우고 싶어했다."아빠, 기타 가르쳐주세요.! "
하지만 아직 기타가 너무 큰 딸아이에게 무리인 아빠는 고민하다 우크렐레를 사주었다. 그래서 요즘 우쿠렐레에 푹 빠져 지낸다. 새로 배우는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 반응이 많은 나와는 달리 딸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받아들이는 습득력이 뛰어나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딸아이가 많은 악기에 관심을 가지고 감성지수가 높은 아이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소통을 나누는 두 부녀의 모습을 보며 나또한 배움의 기회가 된다. 아빠와 정서적 유대감이 높은 딸아이는 늘 밝고 명랑하다. 엄마,아빠에게 특급 애교를 부린다. 그리고 아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야단을 맞거나 혼이 나는 경우도 금방 수용하고 인정한다 . 매사에 유쾌하고 긍정적인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나또한 육아방식이나 삶의 가치관을 익혀 나가고 있다.
어릴적 형성된 아빠와의 친밀감과 정서적 소통으로 인해 딸아이도 성인이 되었을때 삶을 밝고 긍정적으로 소통하는 아이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