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노동 없는 세상, 월급 대신 '인간 배당금'을

생존(Survival)을 넘어 실존(Existence)으로 가는 길

by 로이윤

지난 3화 동안 우리는 꽤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했습니다. 쥐들의 천국은 지옥이었고, 자본주의는 멈출 것이며, 우리의 명함은 사라질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가슴이 답답하실 겁니다.


"그럼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다 같이 굶어 죽자는 거냐?"


아닙니다. 저는 디스토피아를 팔아먹는 비관론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기술이 우리에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물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선물은 바로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입니다.


단, 전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돈'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이 왜 "게으른 자들을 위한 퍼주기"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살리고 인간을 구원할 필수 투자"인지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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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것은 복지가 아니라 '배당금'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반대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 돈을 주는 건 공산주의다! 세금 낭비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봅시다. 이것은 세금으로 베푸는 자선(Charity)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받아야 할 정당한 배당금(Dividend)입니다.


논리적 근거: 데이터의 주인은 누구인가?


생성형 AI, 챗GPT는 누구의 지식으로 똑똑해졌습니까?


우리가 블로그에 쓴 글, 우리가 올린 사진, 우리가 나눈 대화 데이터를 학습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우리가 공짜로 제공한 '데이터'라는 원유를 정제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AI의 주주(Shareholder)입니다.


석유가 나오는 알래스카 주민들이 매년 '석유 배당금'을 받는 것처럼, 데이터라는 21세기의 석유를 생산한 우리도 '데이터 배당금'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기업에게 세금을 걷어 나눠주는 게 아닙니다. AI가 창출한 막대한 부(富) 중에서, 원자재(데이터)를 댄 인간의 몫을 정산받는 것. 이것이 기본소득의 진짜 논리입니다.


2. 자본주의를 위한 산소호흡기


도덕적인 이유를 떠나, 경제공학적으로도 기본소득은 필수 불가결합니다.


2화에서 우리는 "소비자가 없으면 기업도 망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로봇이 물건을 만들고, AI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비용은 0원에 수렴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월급(구매력)이 없다면? 삼성전자의 최신폰도, 넷플릭스의 콘텐츠도 팔리지 않습니다.


돈이 돌아야 시장이 삽니다.


일자리가 사라진 시대에 시장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헬리콥터에서 물을 뿌리듯 사람들의 주머니에 현금을 꽂아주는 것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본소득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샘 알트만 같은 억만장자들입니다. 그들은 알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가 멸종하면, 내 회사도 끝장이다."


즉, 기본소득은 자본주의가 질식사하지 않게 해주는 산소호흡기입니다.


3. 노동(Labor)과 작업(Work)의 분리


이제 조금 더 철학적인, 그리고 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걱정합니다. "돈을 그냥 주면, 애들이 평생 놀고먹으며 나태해지지 않을까?"


여기서 우리는 노동(Labor)과 작업(Work)을 구분해야 합니다.



노동(Labor):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고통스러운 활동. (먹고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


작업(Work): 자아를 실현하고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창조적 활동. (예술, 봉사, 연구, 육아, 창업)



기본소득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도구입니다.


먹고사는 공포가 사라진다고 해서 인간이 아무것도 안 할까요? 천만에요.


인간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동물입니다.


생존의 압박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비로소 '진짜 하고 싶었던 일(Work)'을 시작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돈이 안 되는 시를 쓰고, 누군가는 하루 종일 정원을 가꾸고, 누군가는 동네 아이들을 돌볼 것입니다. 1화의 쥐들처럼 무기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인들처럼 철학과 예술, 시민 활동에 몰두하는 제2의 르네상스가 열릴 수 있습니다.


4. 아빠로서의 다짐: 실패할 자유를 허하라


저는 쌍둥이 아들들이 '밥벌이'의 공포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빠, 나 음악이 하고 싶은데 굶어 죽을까 봐 공대에 갈래요."


미래의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하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기본소득이 보장된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실패할 자유'를 얻습니다.


망해도 굶어 죽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야, 인간은 위험한 모험을 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고, 혁신을 만들어냅니다.


AI가 답을 찾는 기계라면, 인간은 질문을 던지고 모험을 하는 존재여야 합니다.


그 모험을 가능하게 하는 안전그물, 그것이 제가 지지하는 기본소득의 본질입니다.


결론: 쥐가 될 것인가, 인간이 될 것인가


다시 1화의 '유니버스 25' 실험으로 돌아가 봅시다.


쥐들이 멸망한 진짜 이유는 먹이가 공짜여서가 아니었습니다. '할 일(사회적 역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의 풍요는 우리에게 양날의 검입니다.


우리가 그저 소비만 하는 '가축'으로 남는다면 우리는 쥐들처럼 도파민에 중독되어 멸망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노동에서 해방된 시간을 '인간다움'을 찾는 데 쓴다면, 우리는 신인류로 진화할 것입니다.


월급 봉투가 사라진 날.


그날은 인류의 종말이 아니라, 인류가 비로소 '생존 기계'에서 '자유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날이 되어야 합니다.


자, 이제 긴 여정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다음 화에서는, 이 격변의 시기를 건너갈 우리와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생존 매뉴얼(Mindset)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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