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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사는 까만별 Aug 14. 2022

모르고도 행복한 것들




엄마, 우주는 지구보다 더 큰 거예요?


봄날에 태어난 아이는 초록을 가득 두르고 세상을 향해 질문을 했습니다.  으응... 맞아...

아이의 앵두같이 빛나는 눈을 보면, 엄마는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우주보다 크냐고 물었어도, 엄마는 아이의 눈 속에 담긴 우주를 바라보느라 그렇다고 대답했을 거예요. 아니 실제로 아이는 엄마의 우주였으니까요.

우주는 무럭무럭 자라났어요. 어떤 날은 꽃이 되어 사람들을 흐뭇하게 만들기도 했고, 어떤 날은 나무가 되어 사람들을 위해 피톤치드를 뿜어주기도 했지요. 조그마한 살점으로 시작한 아이가 점점 커져가는 것이 엄마가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이었답니다.


엄마가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면, '네, 엄마'라고  오물거리던 입술은,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목소리보단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워갔어요. 사과 바나나가 적힌 한글 카드부터, 곰돌이들이 나오는 동화책을 지나, 그림보다 글이 많은 책들까지.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귀보다, 책을 볼 수 있는 눈이 더 중요한 나이가 되어갔어요. 그때부터 엄마는 아이를 오전 동안 학교에 보내는 작은 헤어짐을 연습했답니다.


학교에서 마법을 배운 아이는 여전히 엄마에게 질문을 합니다. "엄마 이게 뭐예요?"에서 "엄마 이거 알아요?"로 바뀌었지만, 엄마가 모른다고 말하면 아이는 더욱 신나서 설명합니다. 엄마는 내용을 모른다기보다는, 아이밖에 모르는 자발적인 바보였기에 익숙한 내용도 처음인양 들렸습니다. 앵두 같은 눈망울은 당사자도 모르는 강한 마법을 건 모양입니다.


엄마는 사회에서와는 달리, 아이 앞에서만은 모른다고 말하는 게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엄마가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도, 엄마는 아이가 자라 주는 것에 감사했거든요. 세상에서는 우습게 보이면 상처를 받겠지만, 아이에게는 고개를 낮추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엄마의 연기에 깜빡 속은 아이는 그렇기에 엄마가 많은 것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점점 학교에서 배우는 난이도 높은 마법들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났지만 여전히 엄마는 모르는 게 많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는 열심히 배워서 엄마처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는 지식의 요람에서 엄마에게 오래도록 속았고, 무지를 연기한 엄마는, 대신 지혜를 얻어갔습니다. 아이 앞에서는 부족해 보여도 된다는 걸, 우주 앞에서는 모자라기에 행복하다는 걸 엄마가 되었기에 깨달았으니까요...

아이는 오늘도 엄마가 모르는 마법을 가르쳐주러 오고, 그렇게 두 명의 바보는 오래도록 행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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