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by 지구 사는 까만별




인간은 실재하지 않는 것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 아직 만나지 못한 것과, 한때 있었다 사라진 것들은 각 개체의 기억에 깊게 패여 음이 없는 노래로 불린다. 보물이 가득한 섬을 찾아 떠나는 항해자는 세이렌의 노랫소리와 함께 머나먼 길을 떠난다.


그러나 나의 그리움은 육지의 한 포장마차에 있다. 어느 지방 대학교 앞, 당시 인터넷에도 나오지 않는 허름한 포장마차. 프로 야구의 열기에도 차가운 이면의 바람을 지키느라 희끗한 장막을 제치면, 꿈을 안주삼아 술을 먹는 부류들이 모여 밤을 보냈다. 노래와 카운터를 지나, 구석에 마련된 가설 주방엔 수돗가에서 갈증 나게 일하던 ‘그날’의 청년이 있었다.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 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엔 뜨거운 눈물들

한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포장마차에서 일하던 청년은 한 때 소년이었다. 이소룡 동작을 따라 할 정도로 쿵후를 좋아했고, 가수 배철수를 좋아하여 수염과 더벅머리로 기타 치며 노래를 곧잘 부르던, 시대를 닮아 평범한 학생.

어질고 느긋하나, 언변에 강해 부모의 총애를 받던 맏아들은 청년이 되어 의젓한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들은 학교에서 배운 가치들과 다른 것이었다. 청년과 같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한 선배들은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화염들이었다. 청년은 이념에 외면할 수 없었다. 청년은 점점 불길의 중심이 되었다. 어질고 느긋하며 언변에 강한 특징은, 사람을 이끄는 힘으로 바뀌었다. 맏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이 뿌듯함에서 근심으로 점차 변해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청년은 내면의 불을 끄지 않았다. 부모님의 지원이 끊기고도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청년은 그날 자신의 작은 꿈을 이루기로 한다. 모교 앞에 포장마차를 열었다. 언제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음악이 나오는 공간을 바라왔다. 포장마차를 준비하고, 청년은 포장마차의 이름을 지었다. 역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곡 제목 중 하나에서 짓고 싶었다. 그날부터 도서관에서 낮 공부를 끝낸 청년은, 해가 지면 포장마차의 문을 열고 재료를 다듬었다. 아침이 오면 원하는 상황이 오기를...

포장마차 ‘그날이 오면’, 그날도 문을 열었다.


그날이 오면’을 매일 열던 청년은 시간이 지나 모 신문사에 합격하였다. 모든 성인에게 한 표가 주어진 이후엔 ‘그날이 오면’은 자연스레 문을 닫았다. 미싱은 끝없이 돌아가듯 세월도 끝없이 굴러 장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그는 한 여인을 만나 함께 세월을 포개고 있다. 두 명의 가정에는 민주가 큰 소나무처럼 자라, 그토록 열망하던 네 명의 불꽃이 뜨겁고도 선명하게 웃는다.


아직 만나지 못한 것과, 한때 있었다 사라진 것들... 아직 만나지 못한 민주를 찾던 그 포장마차는, 오늘날 사라졌기에 나는 그것을 그린다. 그날이 오면 떠나가는 것들도 있는 법. 여전히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들으며 사라진 것을 음이 없는 노래로 부른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p.s 큰오빠와 큰오빠 가정의 결실 민주와 한솔에게 이글을 헌정합니다.








https://youtu.be/--mZLgAKlv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