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얀 세상에 납치됐다.
손이 의자 뒤로 묶여 있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새하얀 것뿐이다.
아마도 나는 구름 속이 왔나 보다.
한 없이 넓은 공간에 흰 옷을 입은 상태로 감금됐다.
흰 세상에서 나 혼자 검은 철제 의자에 있는 꼴이 마치 죽어서 천국에 온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손이 묶여 있지만 않았다면 그랬을 것 같다.
이 공간에 내 발로 걸어 들어온 기억도 없고
누군가에게 끌려 들어온 기억도 없다.
나는 나에 대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무엇일까. 나는 왜 여기 존재할까?
이 흰 공간에서 나는 어떤 존재일까?
나는 내가 무엇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한 없이 넓은 흰 공간에 나란 존재는 더러운 이물질일까 싶기도 하다. 이 공간에서 나는 명백한 외부의 존재이고
이 공간에서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다.
나는 구름같이 순백색의 깨끗한 존재가 아니다.
희고 깨끗한 존재가 아니다.
지금 나는 그저 이 구름 속이 낯설기만 할 뿐이다.
아주 작은 먼지가 된 기분을 느낀다.
이런 이상한 곳에 나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다 보니 조금은 외롭다. 쓸쓸하네.
따듯한 기온에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잠이 찾아와 의식을 나에게서 앗아가려고 한다.
나는 그렇게 저항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이 낯선 검은 철제 의자 위에서 내 의식을 잠이라는 도둑에게 소매치기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