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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dq Oct 19. 2024

5000원짜리 네잎클로버.

낭만이 없잖아.

 "죄수번호 24601 일어날 시간이다. 일어나."

이젠 이 목소리가 조금은 익숙하다.

 "미친놈 내가 빵을 훔쳤냐?"

 "은 촛대도 같이 훔쳤지"

 "내 정체는 장발장이었구나?"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무시하고 제 할 말만 한다.

 "네가 잠든 사이 내가 너의 감옥을 꾸며봤어 어때?"

입가엔 미소가 점점 번지고 목소리가 설렘을 숨기지 못하는 것을 봤을 때 얘는 진심으로 신났다.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니 진짜 많이 바뀌긴 했다.

먼저 천장과 벽들이 생겼다.

이제 한없이 넓은 '공간'이 아니라 '방'스러워졌다.

나의 방구석에 있다.

덕분에 방 전체가 아주 잘 보인다.

근데 방 상태가 이상하다.

먼저 스크린이 거의 벽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다.

또 취향이 독특한 건지 이상한 것들이 참 많다.


 "야 딴 건 다 이해한다 쳐도 도대체 저 클로버는 뭐냐?'

 "아주 좋은 질문이야 너 클로버는 알지? 네잎클로버 이야기도 알고?"

 "당연히 알지 나폴레옹 살린 이야기."

 "맞아 근데 거기선 잘 안 보이겠지만 슬프게도 저건 세잎클로버야."

 "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왜 사람들은 네잎클로버를 좋아할까?"

이후 그는 한참을 신나게 떠들었다.

재미가 있지도 없지도 않았다.


대충 요점을 요약해보자면

 "어떤 사람들은 네잎클로버를 돈 주고 산다? 어떤 추억도 없는 네잎클로버를 말이야. 그들에게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아니야. 아마 SNS에 올리기 위한 자랑의 도구이지 않을까? 어쩌면 그들 중 일부는 삶도 보여주기식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난 그런 사람들이 싫어. 솔직히 한심해."

딱히 제대로 안 들어서 내용이 변질됐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어쩌면 맞을 수도 있고"

적당히 공감의 말을 건넨다.

 "그러지? 그럼 자세를 돌려 스크린을 볼까요?"

 "근데 그러면 저 세잎클로버의 의미는 뭐냐."

 "클로버 밭을 뒤졌는데 네잎클로버가 없어서."

 "신 비슷하다며 그것도 못 만들어?"

 "낭만이 없잖아"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역시 미친놈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어린이 여러분 모두 스크린을 봐볼까요?"

스크린에선 한 사람이 보인다.

그 사람은 열심히 무언갈 고심하고 있다.

이곳저곳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다양한 것을 고른다.

사치품도 있고 과자도 있고 인형도 있다.

하나같이 생활필수품들은 아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얼굴에 피는 웃음을 숨기지 못한다.

너무 지루하기 짝이 없어 영상을 보는 도중 말을 건다.

"저 사람이 뭐?"

대답이 없다. 사뭇 진지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상은 진짜 더럽게 재미없다.


드디어 영상이 끝났다.

 "어때? 감상평은?" 그가 밝은 표정으로 묻는다.

지루함에 지쳐 약간 짜증이 난 나는 짜증이 그대로 묻어 나오게 대답한다.

 "몰라 그냥 인간이지 별 다를 게 있냐? 보여주기식의  소비를 즐기고 네가 말한 그런 한심한 인간이잖아"

그가 웃는다. 왠지 모르게 미소가 아주 얕다.

 "저거 있잖아"

눈이 찌푸려진다. 짜증이 난다.

 "뭐 빨리 말해"

그의 입에 미소가 번진다. 입꼬리가 찢어진다.

 "저 사람이 너야 너라고"

그는 거의 소리치듯이 말했다.

입이 찢어질 듯이 웃는 그의 미소에 난 공포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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