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나뭇잎이 초록빛인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지독한 은행 냄새를 맡은 게 얼마 전인 것 마냥 생생해서 시간이 꽤나 빠르다는 걸 느낍니다.
바닥에 수없이 떨어진 지독한 냄새의 열매와
진한 노랑잎의 화려함이 은행나무의 전부는 아닙니다.
은행나무도 다른 나무들처럼 초록색 잎을 가지고 있는 시절이 있습니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나무가 은행나무 일 수도 붉은색의 단풍나무 일 수도 있습니다. 곁눈질로 슬쩍 보는 초록색 잎으로는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정유정 작가님의 소설 28의 초반에선 서재형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필요한 부분만 얘기해 보자면 사회부 기자가 몇 가지 근거를 들어
그를 악인이라고 고발합니다. 하지만 이후 서재형에 대한 얘기를 읽어보면 그는 그다지 악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선한 사람이라기엔 의문이 남습니다.
서재형이 악인이라는 근거가 틀린 것도 있지만 나름 맞는 말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은행나무와 비슷합니다.
역한 냄새를 풍기는 열매처럼 악인의 모습을 가지고
동시에 노란 은행잎처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곁눈질로 슬쩍 보는 것 만으로는
감히 판단할 수 없을 겁니다.
악인은 악한 모습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악인이라고 판단한 사람이 과연 모두에게 악인일까요?
개와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에게
처절함과 슬픔이 궁금하신 분에게
정유정 님의 소설 28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