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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dq Oct 24. 2024

사랑이 어렵다던 너에게

사랑은 너를 기다리게 하는 원동력이야

 지금 나의 상황과 배경지식이 머릿속에 몰려 들어왔다.

기억나는 건지 깨닫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 정신은 시공간을 전부 무시한 체 떠오른 기억을 체험한다.

 

 난 학생이다. 중학생. 그니까 내가 지금 학교에 있다.

난 무기력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에 이해하고 납득하려 노력한다.

지금 나는 학교에서 첫사랑이자 내 여자친구 그리고 내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이를 나는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면 앞문에 귀여운 얼굴을 내밀고 동그란 눈에 갈색 빛이 맴도는 눈동자로 나를 바쁘게 찾지 않을까 하면서 혹시 내가 그녀를 못 봐 그녀가 기다릴까 걱정되어 책을 읽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학생회 일로 바빠 나를 보러 오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는 한다.

그래도 내 행동에는 변함이 없다. 일말의 가능성인지 헛된 희망인지를 붙잡고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를 조금 많이 보고 싶다.

며칠째 학교 축제 준비로 바빠 보지도 못하고 항상 떨어져 있었다.

행복하게 같이 시간을 보내던 때가 기억나 더 암울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얘들과 친해 주변에 남자 얘들이 너무 많던 네가 혹시 나를 놓을 거라는 불안이 자꾸 엄습한다.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나를 많이 좋아한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너는 많이 말했지만 걱정을 멈추고 신경을 안 쓰기에는 아직 내가 널 너무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내가 너를 못 믿는 건지 자꾸 신경이 쓰인다.

내 머릿속에는 너에 대한 복잡한 생각으로 채워져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인간이 뭐라 말하는지 도저히 들리지 않는다. 이런 기다림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너무 자주 그런 듯 싶다. 부회장이란 직책 때문에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너는 내가 내게 관심을 주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바쁜 사람이다. 내가 함부로 연락을 하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솔직히 몇 달간 반복되는 기다림은 날 지치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밤 10시마다 듣는 너의 목소리가 날 영원히 기다릴 수 있게 해 준다.

학원 때문에 저녁을 초코송이로 때워서 건강이 안 좋던 너는 자주 아파서 내가 잔소리를 많이 했고 온갖 남자 애들과 얘기를 하고 웃음을 짓던 너의 모습은 내가 질투를 하게 만들었다.

난 네가 관심을 둔 모든 것을 질투했다. 네가 말했듯이 질투가 너무 많다. 질투를 심하게 많이 했고 앞으로도 고쳐지진 않을 듯싶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너를 기다린다. 시간이든 며칠이든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너만을 위해 하는 아니라 너를 위해 행복을 위해 기다리는 것이다. 내가 기다릴 때 보고 싶다는 생각을 멈춘 적이 없다. 많이 기다려서 보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간절히 너를 보고 싶다.

너를 못 볼 때 내가 하는 생각은 불안과 걱정 두 가지다. 네가 다른 사람을 보고 좋아하진 않을까 불안해 하

네가 뛰어다니다 넘어져 다치진 않을까 걱정한다. 네가 다른 남자 애와 다정하게 얘기하고 미소 지으며 행복해하진 않을까가 가장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부분이다. 불안해하지 않고 질투를 그만하기에는 내가 아직 많이 어린것 같다. 내가 아직 많이 어려서 너를 믿기에는 너를 사랑하는 마음에 벅찬 것 같다. 변함없는 건 내가 너를 기다리는 이런 상황뿐만이 아닌가 보다. 여전히 난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고 처음과 똑같이 반응하고 불안해한다. 나는 너로 인해 수많은 사람을 싫어하고 우울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 고생을 많이 한 내 마음에게는 그리고 나에게는 네가 필요했다. 나를 안아줬으면 좋겠다. 네가 너무 많이 보고 싶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너와 나만 존재해 네가 나만을 보고 있기를 바랐다.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만 보기를 원했다. 근데 그게 안되니까 네가 나만 수는 없으니까. 네가 모든 일을 내려놓고 나랑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는 너무 바쁜 부회장님이니까 그럴 수는 없다. 이것저것 하느라 바쁜 나의 여자친구니까 내가 방해할 수는 없다. 나까지 신경 쓰게 만들 수는 없다. 네가 말했듯이 네가 나한테만 관심을 줄 수는 없으니까.

내가 자꾸 앞문을 창문을 보는 습관을 만들어준 너를, 내가 질투를 많이 한다는 걸 알게 해 준 너를, 나를 많이 사랑하는 너를, 사랑의 느낌을 감상할 수 있게 해 준 너를, 내가 많이 사랑하는 너를 보고 싶다. 심하게.


 정신이 저 먼 공간 속에서 흰 공간 속에 쓰러져 있는 나에게 속삭인다.

'아직 네 인생은 안 끝났어. 빨리 정신 차리고 다음 걸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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