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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dq Oct 29. 2024

널 사랑한 나에게

사실은 너에게

이번엔 혼이 내 몸을 찾아왔다.

머릿속 깊은 곳의 기억이 이 흰 공간에서 재생된다.

무색무취의 생각들이 흰 공간에서 떠돌아다니며 울린다.


그때의 나는 글 공모전에 나가려 글을 쓰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너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다.

혹시 나의 처음 작품이 될 수도 있으니까 너여야 했다.

글을 쓰며 한 생각들이 흰 공간을 떠돈다.


상징, 비유적인 표현의 아름다움을 나는 참 좋아했다.

근데 그것들은 전부 허구이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내가 참 좋아하고 경애했던 표현법이지만 나는 너에 대한 내 글에 난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

어떻게 너의 모습을 다른 무언가에 비유할 수 있을까.

너는 너다. 너는 고양이도 복어도 아니다.

나한테 너는 언제나 너다.

너는 내가 아주 많이 사랑하는 너다.


너를 사랑하기에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린 마음에 사랑의 도피를 하는 꿈을 꾸곤 하였다.

별로 즐겁지 아니한 일을 받아들이는 게 어른 아닐까.

아직 너무나 어리기에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 아닐까.

이 고통이 어른이 되는 데 필연적인 경험이 아닐까 싶어서 꾸역꾸역 마음 깊은 곳에 밀어놓고 가끔씩 그걸 감상하고는 했다.

이것들을 기분 좋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네가 필요했다.

아직 내가 십몇년밖에 살지 못했기에.

언젠가 누구에게 고민을 말하는 꿈을 꾸었다.

 "아직 제가 너무 어리고 너무 많이 사랑하는데 어떡하나요? 그녀의 인간관계를 멋대로 바꿀 수도 없고 그녀도 바꾸지 못합니다. 근데 제가 이 느낌감내하기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변해야 하는데 참 변하기 어렵네요. 가끔은 전부 머리가 터졌으면 싶습니다."


나는 네가 관심을 주는 모든 것에 질투했다.

그래서 내가 질투를 할 때마다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곤 했다.


사랑이 아프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진심 어린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의 어설픈 조언이다.

사랑을 처음 할 때는 네가 있을 때의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네가 없을 때의 불행함을 느낀다.

애초에 사랑은 이렇다. 내가 사랑을 한 번 경험해 봤지만 어차피 나에게 다른 사랑 경험 따위는 없을 것이니까

내 생각은 변함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내 사랑은 이런 감정이 아니다. 내 사랑은 이런 고통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사랑은 온전히 너다. 너의 모든 것이다. 나에게 사랑은 너라는 사람이다.


혼이 내 몸을 찾아온다.

유체이탈을 실컷 즐기다 질린 모양이다.

반짝거리는 빛에 이끌려 거대한 스크린을 보게 된다. 아마 너와 처음으로 같이 보았던 영화가 재생될 듯싶다.

그때의 캐러멜 팝콘이 맛있었는데. 

네가 그 영화를 보고 울었었지.


스크린에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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