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L Spring 2018 7th Day
Drunken Tiger? No! Hungry Tiger, 청년 창업가의 실리콘 밸리 방문기. 7-
* 본 내용은 igniteXL의 XL Spring 2018 Program에 참여한 창업기업, 추현호 대표의 소감을 엮은 것입니다.*
One day Final touch
이른 아침 부터 오늘이 D-day라는 것을 느꼈다. 매일 아침 새벽 6시, 나는 로컬 스타벅스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일 아침 2시간씩 그날의 일정을 살펴보고 하루를 어떻게 하면 최고의 효율로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스케줄링을 하고 자료를 조사하며 보낸다. 물론 쉽지 않다. 매일 그렇게 하는 것이. 때론 그 전날의 일정이 늦게 끝나고 여러 밋업에 참여하며 알콜에 몸을 절이고 나면 아침에 일어나기는 더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의 특별한 루틴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곳에서 보내는 일분 일초가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드레이퍼 유니버시티 바로 뒷 편 이 스타벅스에는 매일 똑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 풍경안에는 매일 똑같은 사람들이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저마다의 일과를 보낸다. 심지어 함께 오는 강아지들도 똑같다. 로컬 피플들의 삶속에 나도 그렇게 흘러들어간다.이방인이란 느낌 자체가 사라질즘이면 나도 어느덧 로컬 산마테오 인이 된듯하다. 그래도 클레어 대표님 처럼 실리콘 밸리인 같은 느낌은 평생 살아나도 안날 것 같다. 뭔가 쿨하고 트렌디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그런 느낌이 나야하는데 나는 좀 힘들것 같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다. 이번 여정의 핵심인 파이널 프리젠테이션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프리젠테이션 이후에도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몇일이 더 준비되어있지만 대구시 청년위원으로 시장님께 위촉장을 받는 일정이 있어 나는 먼저 귀국해야하기에 오늘이 더더욱 중요한 날이다. 나는 오늘 발표장에 투자를 요청하기 위해서 서있을 것은 아니다. 나의 목표는 지금이 아니라 1년후다.
어제 투자에 대한 짧막한 글을 써보았다.
“사업은 투자받기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사업을 하기 위해서 투자받는 것이고 결국 투자자, 창업자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는 단 하나. 창업자가 성공적으로 EXIT 하는 경우이다. 성공적인 EXIT은 회사가 잘 되어 상장되거나 혹은 큰 기업에 합병되는 경우인데~" 그면 투자를 받는것은 왜 그렇게 중요할까?
사실 투자를 받게되면 그 투자를 한 주체의 네트워크 속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는데 그것이 자금을 펀딩 받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벤처캐피털로 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이미 회사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는 객관적 검증을 수도없이 거쳤다고 보게 되니깐 신뢰성이 생기게 된다. 돈을 받는 것 그 이상, 누군가의 믿음을 받고 지원을 받는다는 것 그것이 투자의 가장큰 매력이다.
투자피칭은 igniteXL의 주관으로 이뤄졌다. 오늘 내가 하는 발표의 한 모습은 또한 클레어 대표님의 명성과도 연관이 있다. 내가 잘못한다면 6주동안 최선을 다해서 나를 지원해준 클레어대표님께도 실례가 되는 일이다. 하루동안 더욱 집중하고 발표에 관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피피티전문가, 콘텐츠 피드백, 딜리버리 피드백, 몇차례의 라운드를 돌며 리허설을 하고 난뒤에 점점 발표시간이 다가왔다. 모든 멤버들과 함께 파이어볼 위스키를 한잔씩 들이키고 본격적인 손님맞이 발표준비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발표를 하는 창업기업의 대표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업가들이다.
“함께 무대를 꾸미고, 함께 긴장하고 멋지게 이뤄내는 것” 그것이 팀이다.
이너서클에 있는 이들은 잠깐 그자리에 오는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무대뒤의 스탭들이다. 모든 일이 이뤄지려면 그 일을 이뤄내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힘이 모여야 한다. 그 힘은 무엇일까? 하나의 미션, 서로에 대한 신뢰 그것이 결과를 만들어낸다.
내 인생에 가장 가슴 떨렸던 순간은 결혼식장이었다. 단상위에 올라 아내를 만나러가기전 그 순간이 나는 가장 떨렸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태어나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것을 내가 스스로 느꼈던 순간이다. 사업발표를 하면서는 그런 두근거림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낀다. 올림픽장에서 무대에 오르는 선수가 느끼는 그런 긴장과 설렘이 한데 섞인 무언가라고 표현하면 잘 전달이 될까? 누군가에게 나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강의를 하는 것은 설렌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 순간에 있다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나는 철저하게 준비하기 보다는 평소 늘 가지고 있던 생각과 마음을 담아 잘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오늘은 철저히 igniteXL의 엑셀레이팅 방식에 따랐다.
미국에 오는 비행기 안, 나는 모든 판단을 멈추기로 했다. 이 곳에 젖어들고 이곳에서 흡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힌 다음 다시 귀국비행기에 오르기로 다짐했다. 배부른 고양이가 아닌 배고픈 호랑이 그것이 내가 원한 것이었다.
사업가로서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실리콘 밸리에 오기전 이곳의 창업가들이 하루아침 부자를 꿈꾸는 투기꾼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하는 올림픽 선수라는 걸 느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그 재능과 끈기로 비현실적인 이상을 이뤄내는 사람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세상을 바꾸는 곳이다. 나는 오늘 그곳에 있다. 창업가의 두근거림을 느끼고 설렘을 이어받아 그 순간을 Savor (탐미)했다.
Network
이번 과정에서 내가 느낀 것은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일을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벽에 부딪히는데 그 벽을 뚫고 나아가려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뚫고 나아가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도움을 요청하되 비굴하지 않으려면 준비되어있어야 하고 감사함을 알고 겸손해야한다.
IGM의 전성철 회장님께서 늘 나에게 강조하셨다. 거만에는 악취가 나지만 겸손에는 향기가 피어오른다고.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발표를 마치고, 몇 사람들이 찾아와 명함을 건네어주었다.
사업의 아이템은 늘 피봇될 수 있다. 그 방식도 타이밍도. 그 과정에서 사업가로서의 기개와 품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실패할지언정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닳을지언정 녹이 쓸진 않을 것이다. 클레어 대표님은 나에게 사업가로서의 DNA를 지도해주셨다. 그것은 창업가 정신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혁신을 이뤄내는 것 그것이 창업가이고 내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 이그나이트 XL과 함께한 시간에 감사하다.
대구시, 벤처포트, igniteXL, 함께해준 소피, 마르코, 나미에게 감사하다. 우리의 여정이 곧 다시 교차할 수 있기를. 한국에서든 or 미국에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