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없는 성실함은 매몰비용인가 미래를 위한 콜옵션인가

​"그거 한다고 돈 더 줘요?"


​회의실이나 탕비실 언저리에서 참 많이도 들었던 말이다. 냉소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다. 맞는 말이다. 당장 연봉 협상에서 그 노력이 몇 퍼센트의 인상률로 치환될지 아무도 장담 못 한다. 어차피 평가는 거기서 거기고, 괜히 손을 들었다가 '일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굴레에 갇히는 건 끔찍한 일이니까. 그렇게 우린 적당한 선에서 자신을 보호하며 직장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는 지독한 현실이 하나 있다. 바로 '운'이라는 놈의 생리다. 토스의 이승건 대표가 말했듯, 성공의 9할은 운이다. 그건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러운 팀장 발탁, 핵심 프로젝트 투입, 헤드헌터의 연락. 이 모든 건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운의 영역이다. 그런데 운은 가만히 앉아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본 소위 '잘 나가는 인재'들은 평소에 자신의 표면적을 넓혀둔 사람들이었다. 남들이 "돈 더 주냐"며 밀어낸 일들, 평가는 똑같아도 끈기 있게 붙들었던 사소한 시도들이 결국 그들의 '운의 그물'이 되었다. 당장 돈이 안 되는 공부를 하고, 시키지 않은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건 회사를 위한 봉사가 아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운이라는 빗물을 받기 위해 자기 컵의 크기를 키우는 행위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내가 맡은 일만 정확히 해내는 사람은 '안전한 부품'일뿐이다. 하지만 끈기 있게 자기 영역 밖의 근육을 키워온 사람은 조직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류를 만들어낸다. 어느 순간 운이 찾아와 그 기류를 탔을 때, 사람들은 그걸 '실력'이라 부르고 본인은 '운이 좋았다'라고 말한다. 사실 그 운은 수없이 반복된 지루한 끈기가 쌓여 만들어낸 확률의 결과물인데 말이다.


​결국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회사가 이걸 알아줄까?"가 아니라 "이 경험이 내 몸값의 밑천이 될까?"로. 지금 당신이 끈기 있게 누적시키는 그 지루한 시간은 회사 장부가 아니라 당신의 인생 장부에 기록되고 있다.


운은 결코 게으른 자에게 공평하지 않다. 자리에 끝까지 남아서 그물을 던지고 있는 사람, 그 지독한 끈기를 가진 사람만이 운이라는 우연을 필연으로 바꿀 수 있다. 그건 회사가 아니라 오직 당신 자신을 위한 가장 이기적이고도 영리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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