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AI가 가져올 종말이나 유토피아에 대해 떠들어댄다.
누군가는 내 일자리를 뺏길까 전전긍긍하고, 누군가는 터미네이터 같은 기계의 반란을 꿈꾼다. 하지만 구글 딥마인드의 수장 데미스 하사비스의 생각은 조금 더 본질적인 곳에 닿아 있다.
그에게 AI는 단순히 똑똑한 챗봇이 아니다.
"AI is not a robot apocalypse; it’s the ultimate tool for a better future, a 10x accelerator of the Industrial Revolution." _"AI는 로봇 아포칼립스가 아닙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궁극의 도구이자, 산업혁명보다 10배 빠른 가속기입니다." - 2025년 Guardian 인터뷰
17세기의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재정의했듯, 우리에겐 이제 데이터라는 거대한 바다를 들여다볼 '지능의 망원경'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이 강력한 가속기를 손에 넣은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사비스가 15년 전 딥마인드 설립 초기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한 건 의외로 기술적 결함이 아니었다.
진짜 공포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나온다.
"If the best minds collaborate instead of competing, technical risks are manageable. But in a fragmented competition, safety is hard to guarantee." _"최고의 지성들이 경쟁 대신 협력한다면 기술적 위험은 관리 가능합니다. 하지만 파편화된 경쟁 속에서는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 2026년 다보스 포럼 인터뷰
하사비스가 최근 다보스 포럼(WEF 2026)에서 던진 이 일갈은 뼈아프다.
남보다 앞서가려는 조급함이 '안전'이라는 최소한의 브레이크를 제거할 때, 기술은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돌변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빠른 칩이나 정교한 알고리즘이 아니다.
이 거대한 힘을 감당할 수 있는 '도덕적 근육'과 사회적 합의를 이룰 시간이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질주하는데 인간의 제도는 거북이걸음이다.
하사비스가 강조하는 '시간'은 개발을 멈추자는 정지가 아니다.
우리가 이 기술을 어디에 쓸지, 어떤 선을 넘지 말아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유예 기간이다.
우주는 여전히 비밀로 가득하고, 우리는 이제 막 그 암호를 풀 도구를 손에 쥐었다.
그 열쇠로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적어도 서로의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