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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코치 Jul 24. 2023

관계는 내어주기이다.

감정 & 관계



"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언어야 말로 사람의 마음을 여는 유일한 무기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대부분 통역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


                                                                     - 책 "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 중에서 -



13년 전 코칭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얻은 것은  ' 관계에 대한 자신감 '이었다.

진실로 가까워졌다고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그것이 단시간에도 가능해졌다고 느끼게 되었다.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듣는 훈련, 나를 비우고 온전히 집중해 들으면서 호기심을 가지는 훈련을

해온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섣불리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침묵해도 좋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관계를 맺을 때 쉼표가 생겼다.


뭔가 관계 맺기에 대한 정답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여러 사람들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






사람들은 시골 해안 언덕 등에서 자신이 은둔할 장소를 찾는다.
하지만 마음속보다 더 평화롭고 근심걱정 없는 휴양지는 어디에도 없다.

                                                                  - 책 "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 중에서 -




20대 시절 어딘가를 가보고, 마구 경험하고 하기를 즐겼던 내가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서른 중반 이후.

나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다.

그게 어디든, 그러니까 그게 항상 여기 이곳이어도

내 마음속을 여행하는 것, 타인의 생각 속을 여행하는 것이 더 즐거웠다.

나와 타인에 대해 생각할 장소와 시간만 있으면 나에겐 어디든 여행지다.


군인남편을 따라 ' 1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유목민의 삶 '을 살고 있다.

" 군인 부인으로 최적화된 사람이야. " 남편의 농담인 듯 칭찬인듯한 말은

내가 굉장히 빠르게 적응을 잘한다는 뜻이다.

관계 맺기가 어려우면 자주 이사하는 삶은 늘 불안하고 우울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코칭을 배운 나는 어디에 가도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갈 때마다 설렌다.

원래부터 관계 맺기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환경이 나를 관계전문가로 만들어주는 셈이다.

짧은 시간 내에 기존 집단 안으로 들어가기.

평범하고 겉도는 사이가 아니라 특별한 사이로 만들기.

내가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기.

그래서 그들을 나에게 의미 있는 사람으로 만들던지 아니면 내가 의미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운이 좋게 속초에서는 5년을 살고 있다.

이사를 일주일 앞두고,

여기에서 얻은 것에 대해 생각해 보니, 관계 맺기에 능통한 관계 전문가들이 떠오른다.

내가 관계에 대해 꽂혀서 관련된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글을 쓸 때 그들은 늘 현장에 있었다.


P씨는 늘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다.

놀이터에서 어른과 아이. 누구와도 친하다.

차별 없이 관심을 준다.

칭찬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상대에게 묻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둘째 어린이집 친구 엄마인 그녀는 아이들의 기쁨을 위해 자신의 공간과 물건을 기꺼이 내어준다.


M씨는 사람을 챙긴다.

자신의 공간에 언제든지 와도 좋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놀러 오면 반갑게 맞아준다.

자신의 물건과 식재료를 나누어준다.

덕분에 쭈볏쭈볏하던 사람들이 모여 엄마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특히 나와 가장 친한 J씨는 소심해서 새로운 사람 사귀는 게 너무 힘들다면서도 늘 사람 곁에 있다.

그녀는 마치 조용한 잔다르크 같다.

소심한데 앞장서고

소심한데 할 말은 하고

소심한데 사람들과 어울린다.

누구라도 그녀의 집에 놀러 올 수 있다. 공간과 시간을 내어준다.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받은 게 있다면 그 배로 돌려주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그는 딸 친구 엄마이기도 하지만 내 친구이기도 하다.





들의 관계 맺기 기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 내어주기 '이다.


J씨는 동네 아이들 간식도 챙겨주고, 아이 친구들 가방도 들어주고

친하게 지내던 이웃이 이사 가면 송별식도 해준다.

학교에서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면 앞장서고

어색한 관계의 티타임에 초대받아도 시간과 마음을 내어 참석한다.

그리고 맛있는 빵을 만들어 이웃에게 나눔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보석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남는다.


반면 ' 관계 맺기 전문가 ' 가 되고 싶은 나는

모든 관계에서 욕구와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하여 모두가 이로운 것이 좋은 관계라고 생각해 왔었다.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그랬다.

나는 조율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희생, 즉 내어주기에서 사랑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곤한데도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해주는 엄마,

집안일을 빨리 끝내려고 집중하다가도 아이가 질문하면 바로 돌아봐주는 엄마.

주말을 반납하고 놀이동산에 가주는 아빠.

나는 어쩌면 그것이 빠져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통해 배웠다.

모든 관계에서 내어주기는 먼저이다.  

시간과 공간과 마음을 내어주어야 한다.


이웃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지만

티타임 초대에도 내가 준비하는 게 있어서 시간 내기 어렵다고 말했던 나를 반성한다.

약속된 날이 아니면 딸 친구들을 우리 집에 편하게 초대할 수 없도록 했던 것도 반성한다.


서로의 것을 자주 내어주어야 오래도록 함께 있는다.


상대를 편견 없이 대하고

상대의 장점을 먼저 알아차리고

상대의 의중과 욕구를 정확히 들을 수 있고

진실로 소통하고

상대의 욕구와 상황을 조율하여 만남을 갖는 것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실천해 왔다.


이곳에서 한 가지 더 배운 것은, 관계에서 내어주기는 우선이라는 것이다.


우리 동네엔 관계 맺기 전문가들이 살고 있다.

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 그동안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 J양에게 받은 작별 선물과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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