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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화 Dec 14. 2020

#14'무자식 상팔자'라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그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우리 엄마



무자식 상팔자
: 자식이 없는 것이 도리어 걱정이 없이 편하다는 말.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흔한 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살면서 1번 이상은 들어봤음직 하다.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들은 '유()자식' 부모이다.






 살아오면서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을 엄마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다. 내 이론대로 당연히 엄마는 유자식 부모 중 한 명이다. 딸이 둘이나 있으니.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을 자신의 부모에게서 가장 많이 듣지 않을까 예상한다. 모든 부모들이 속상할 때 마다 그 말을 외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시어머님 보니  모든 부모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시어머님 자식은 꼭 있어야 하고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계셨다. 


 엄마와 시어머님의 나이차이는 6년 정도인데 이런 생각의 차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싶다. 엄마는 50년대생 치고는 스물여덟이란 조금 늦은 나이에 결혼하셨다. 결혼하자마자 임신해서 언니를 낳고 둘째인 나는 계획을 갖고 원할 때 낳으셨다. 경제적으로 지독하게 가난했던 시절이어서 원래는 나를 낳지 않으려 하셨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지금도 "돈 없고 능력이 없으면 자식은 낳질 말아야 해."란 말을 하신다.


 시어머님은 엄마보다 6년 젊으시다. 20대 초에 아버님과 결혼하셨다. 결혼 아기가 생기지 않아 몇년을 맘고생을 하셨다고 한다. 요즘에는 부부가 결혼 후 몇년의 텀을 두고 아기를 갖는 것이 꽤 흔하다. 하지만 과거에 장손과 결혼해 그 직후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은 슬프게도 여자만이 손가락질 받을만한 일이 었을 것이다. 몇년의 기다림 끝에 아들 한명을 낳으셨다. 


 나는 난임이 되고서야 엄마는 왜 '무자식 상팔자' 말을 그토록 가볍게 던졌는지, 시어머님이 왜 그 말을 입에 달고 지 않았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MINO와 지코의 okey dokey 가사의 일부분 '유자식 상팔자'. 영상캡쳐 출처: 유투브 https://youtu.be/1IDknHU6cUI





 난임이 길어지면서 나는 감정을 잘 추스리지 못하고 때론 엄마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두 세달에 한 번 정도.이제 엄마는 되도록 내 마음을 공감해주는 위로를 건넨다. 하지만 초반에는 달랐다.


 하루는 내게 말했다.

"네가 그렇ㅡ게 자식을 원하는지 몰랐어."

"요즘은 애 없이 사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데."

"그거 흉도 아니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


 아이 없는 삶은 누가 흉을 봐서도 누가 이상하게 생각해서 힘든 것이 아니다. 남편과 나를 닮은 아이를 키우면서 좌충우돌하는 삶을 우리 부부가 원한다. 그 삶이 지구에 살고 있고 또 살아온 인류의 대부분을 보면 '당연히 내가 원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힘든 것이다.



아이를 원치 않아서 아이 없는 삶과
아이를 원하는데 아이 없는 삶은
무척 다르다.



 엄마에게 때론 따지고 싶다. 왜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내뱉었냐고. 엄마는 자식이 없는 30대, 40대, 50대, 60대를 직접 살아보고 '괜찮다' 라고 말하는 거냐고. 혹시 어디서라도 자식 없이 살아온 노부부의 삶이 어땠는지 그들의 이야기라도 조금은 들어보고 판단하는 거냐고.


 나는 종종 무자식 상팔자를 외치는 엄마가 부럽다.  왜냐하면 내가 한없이 부족한 딸이라 할지라도 엄마에겐 나란 자식이 있어서.


엄마로 불릴 수 있는 여자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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