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는 것의 상실감을 극복하고 끝이 없는 무한한 것을 추구하는 삶
나는 유한하고 일시적인 것들의 추구보다 오래가고 영속적이고 불변하는 것들을 추구할 때 행복해지고 마음의 평화와 안정감을 느낀다. 유한한 것들로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글을 써 내려가본다.
물질세계에서 생명은 유한하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물질세계에서 모든 물질은 질서로부터 무질서로 변하게 되며, 세상의 에너지는 점차 사용 가능한 에너지에서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로 전환된다. 위치 에너지는 운동에너지로 변환하여 운동을 통해 이용 불가능한 에너지로 전환된다. 생명은 유한한 시간 동안 호흡을 하다 수명을 다하고, 경제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기업, 점포, 제품, 서비스 등은 경제 상황이나 사회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없어진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많은 것들이 없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순두부찌개 집, 설렁탕 집, 옷가게, 노래방, 카페가 문을 닫고, 내가 좋아하는 민트초코제품, 맛있게 먹었던 과자, 샴푸, 미용실, 병원이 문을 닫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별이나 죽음, 퇴사, 이민 등을 통해 떠나간다. 내가 키우던 동물, 식물이 수명을 다해 죽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집필을 중단하거나 돌아가셔서 더 이상 책을 내지 않기도 하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활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나 또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던 설렘, 사랑과 같은 감정이 끝이 나기도 하고, 좋아하던 것들이 질리거나 재미없어지기도 한다.
특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참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변화한다. 빠른 사회 변화로 실직자들이 많고, 언제든 계약기간이 종료될 수 있는 비정규직이 많다. 국내 산업 주력 업종도 경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조선, 건설에서 반도체로, 최근에는 2차 전지로 계속 변화되면서 IMF 이전 20대 대기업 중 4개가 망하고, 5개가 재계 20대 기업에서 탈락했다. 정치환경도 잦은 선거와 치열한 양당제로 계속해서 변화되고, 정책은 수시로 변경되고 폐지, 신설된다. 대통령과 시장, 구청장, 국회의원들은 수시로 바뀌고 고위간부들 또한 빈번하게 바뀌어 그때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기존의 것을 폐기한다. 사회 다수가 추구하는 가치, 가령 미에 대한 가치나 성공, 부, 명예, 행복, 선, 도덕 등에 대한 가치 또한 언론과 매스미디어에 의해 자주 변화된다. 이런 빠른 사회 변화로 나의 상황, 다른 사람의 상황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이에 따라 관계의 지속성이 유지되기가 어렵고, 양질의 서비스나 재화를 꾸준하게 이용하기 어려우며, 오래도록 진실되고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기 어렵다.
나는 정이 많다.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일 것이다. 한 번 정을 준 대상, 사람, 서비스, 재화 등과는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나의 것을 내어주고 나와 그 대상, 사람, 서비스, 재화와의 상호 관계를 통해서 행복을 얻고 기쁨을 얻고 따뜻함, 안정감, 영적인 충만함, 신뢰, 상호 발전, 응원과 격려 등을 느끼고 실천하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나의 최선을 다해 정을 준 사람이나 대상이 상실되었을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사람에 대한 정을 떼어내는 것은 팔이나 다리 하나가 잘리는 고통에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똑같은 편익과 손실이라도 인간은 손실을 더욱 크게 고통스러워해 편익을 얻는 것보다 손실 회피에 더욱 주력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당연한 심리적, 경제학적 현상으로 특히 영원한 손실이 일어나는 것에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에 대해 정을 주는 것에 매우 신중한 편이다.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내가 오래도록 좋아하고 마음이 변하지 않는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이 섰을 때, 비로소 사람에 대한 나의 정을 내어준다. 진실되고, 도덕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고, 영혼이 맑고 나를 싫어하지 않으며 질투심이 없고 세상에 대한 밝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 비로소 정을 준다. 또한 외적인 요소나 물질적 요소, 사회적 지위, 겉으로 보이는 명예 등보다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아름답고 보석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겉친구는 꽤 있으나 진짜 정을 내주는 인간관계는 좁고 깊은 편이다. 섣불리 정을 주었다가 나를 떠나갔을 때의 상실감을 겪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오래갈 수 있는 것, 영원한 것을 좋아하고 추구한다. 땅은 적어도 내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변화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부동산을 보는 것,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도시계획도 재개발, 재건축 등을 통한 미세 변화는 있으나 전체적인 도시의 구조, 문화, 역사, 지리 등은 가치가 다하지 않기 때문에 좋아한다. 지리학과 역사학, 과학, 물리학, 경제학 또한 그런 의미에서 다소 영속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좋아하고 즐긴다. 또 전통이 오래된 제품, 가게, 지역, 문화재, 역사유적, 미술품 등을 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나의 능력과 나의 지식, 경험, 나의 영적인 성장은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계발과 독서를 좋아한다. 한 번 나에게 들어온 능력과 지식, 경험, 영적인 경지는 쉽게 없어지거나 가치가 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천주교에 몸을 담고 영원불변한 진리이신 신을 믿는 것을 좋아한다. 신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이 세상에 영원불변한 진리와 죽음 이후에도 영속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의 영혼을 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언젠가 없어지고 가치를 다하지만 사람의 영혼은 쉽게 없어지거나 가치를 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쾌락적 경험보다는 진정한 행복 추구에 관심이 많다. 쾌락은 일시적인 경험으로, 쾌락이 없어졌을 때의 상실감과 우울감은 크다. 인간에게 도파민 자극이 자주 발생하면, 오히려 도파민 내성이 생겨 쾌락은 적게 느끼고 우울감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강한 쾌락을 주는 게임, 도박, 술, 자극적인 유튜브나 영상 등을 보는 것이나 자극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반면 영원한 행복을 주는 영적인 소통, 끈끈한 관계 속에서 오는 평안함과 행복, 정을 나누면서 느끼는 따뜻함, 자기 계발을 통해 얻는 자아성취감,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면서 느끼는 깨달음, 무한히 순환하지만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어주는 자연을 바라보는 것 등을 추구할 때 나에게 행복이 찾아온다.
또한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사회와 내 사람들에게 불변의 가치인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만든 정책과 나의 아이디어, 나의 글과 나의 생각들이 사회의 많은 영혼들과 생명들에게 희망이 되고 행복이 되어 사회가 점점 아름답게 변하기를 바란다. 사람들의 행복이란 영속적으로, 더욱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유한한 것들로 찬 이 사회에서 유한성으로 인한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정이 많은 나는 오래갈 수 있는 것, 무한한 것을 추구하고 자극적이고 유한한 경험을 배제하고자 노력한다. 이로 인해 나는 행복감을 느끼고, 안정과 평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정이 많고, 상실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에게 내 글을 전한다.
그림 출처 :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10911020004091, 게티이미지뱅크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