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아직도 나를 탐색 중이다

by 이키드로우

어른이 되면

답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어떤 일을 할지,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

어디쯤 도착해야 하는지.


그래서 한동안은

흔들리지 않는 삶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살다 보니

흔들리지 않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대신

흔들려도 돌아올 수 있는 기준은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 기준이 없을 때

사람은 길을 잃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는다.


어디로 가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가고 있는지

설명할 수 없어서다.



이 책에서 말한 진로는

직업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반복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래서 진로는

한 번 정해지고 끝나는 답이 아니라,

계속 점검되고

조정되어야 하는 방향에 가깝다.



나다움은

완성된 모습으로

어딘가에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내 안에 이미 있었고,

다만

삶 속에서

자주 덮이고, 미뤄지고, 눌려왔을 뿐이다.


그래서 나다움은

새롭게 찾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원래부터 내 안에 심긴 씨앗의 발현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태도에 가깝다.



속도를 조정하고,

환경을 살피고,

관계를 재배치하는 이유도

결국 하나를 위함였다.

내 안의 씨앗이

더 이상 눌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 씨앗이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는

미리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자랄 수는 있게 하겠다는 결정.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이 정답이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 질문 하나만은

끝까지 붙잡고 싶었다.


지금의 이 선택이

나를 더 흐리게 만드는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또렷하게 만드는가.



어른의 진로는

더 늦기 전에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다.


늦어도 괜찮으니

나를 놓치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 살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탐색은

끝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여전히

나를 탐색 중이다.


앞으로도

몇 번은 방향을 바꿀 것이고,

몇 번은 다시 멈출 것이고,

몇 번은 또 흐려질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모든 걸 실패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탐색하고 있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고,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그 태도 하나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다시 시작할 자격이 있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나를 탐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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