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 소통의 문턱을 낮추는 조건

말이 쉽다고 내용이 가벼운 건 아니다.

by 이키드로우

쉬운 말은 종종 오해된다.

대충 말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생각 없이 던진 표현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말을 쉽게 하라는 말 앞에서

본능적으로 거리를 둔다.


이렇게 말하면

전문성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

깊이가 부족해 보이지 않을까.

내가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그 불안 때문에

말은 점점 어려워진다.



하지만 쉬운 말은

가벼운 말이 아니다.


쉬운 말은

상대를 고려한 말이다.


상대가 이 말을

어디에서 듣고 있는지,

어떤 상태로 마주하고 있는지,

얼마만큼의 여유를 갖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 결과다.


쉬움은

표현의 수준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

해석의 부담을 낮추는 일이다.



어려운 말의 공통점은

상대에게 숙제를 남긴다는 점이다.


이 말의 의미를

상대가 스스로 풀어야 하고,

맥락을 추론해야 하고,

의도를 짐작해야 한다.


말은 전달되었지만

이해는

상대의 몫으로 남는다.


그 순간부터

소통은

상대의 노력에 의존하게 된다.



쉬운 말은

그 반대의 방향에 서 있다.


상대가

다시 묻지 않아도,

곱씹지 않아도,

맥락을 보충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쉬운 말은

친절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많은 고민의 결과다.


말을 쉽게 하려면

먼저

내가 말하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쉬움은

센스의 문제가 아니다.


설명을 잘하는 재능의 문제도 아니다.


쉬움은

책임의 문제에 가깝다.


이 말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을

상대에게 넘길 것인가,

아니면

내가 다시 점검할 것인가.


쉬운 말은

그 책임을

화자 쪽으로 끌어온다.



쉬운 말은

상대의 시간을 존중한다.


길고 복잡한 설명을

여러 번 반복하게 만들지 않고,

이해를 위해

다시 읽게 하지 않는다.


한 번에

이해되고,

한 번에

정리된다.


그래서 쉬운 말은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효율은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한 결과다.



우리는 종종

어려운 말을

깊은 말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깊이는

어려움에서 나오지 않는다.


깊이는

정리에서 나온다.


정리되지 않은 말은

아무리 길어도

깊지 않다.


반대로

잘 정리된 말은

짧아도

충분히 깊다.



쉬운 말은

설명을 줄이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쉬운 말은

이해를 앞당기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쉬움은

소통의 문턱을 낮추는 조건이다.


상대가

말 앞에서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쉬움이 빠진 소통은

항상 같은 지점에서 멈춘다.


“그래서 무슨 말이에요?”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잘 모르겠어요.”


이 말들이 반복된다면

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EASY라는 조건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쉬운 말은

가볍지 않다.


쉬운 말은

상대를 존중한 결과다.


그리고 그 존중이

소통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