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낮의 뙤약볕도, 헐벗고 있으면 엄마품처럼 따뜻하기만 합니다. 두려움 너머 전부를 내맡길 때 정보들이 만들어낸 허상에서 벗어나 진실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진짜가 나타나 진실로 몸이 열리는 황홀하고도 자명한 이 느낌! 이런 신비로운 연결감이 느껴질 때면 떠나갈 듯 기분이 좋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얼굴이 구겨지고, 내 몸에서 난 땀이 불쾌해지는 까닭은 내가 덧입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몇 겹의 옷가지부터 해서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 또 내가 바라는 모습, 그것들이 원흉이지 태양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내 보잘것없는 생각을 완성하는 데 태양이 방해라니 이 얼마나 큰 어리석음이자 교만일까요. 제 부모를 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태양이 아무리 뜨겁대도 그 자체로 우리에게 고통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연하지만 생각에서 일어나는 게 고통이고요, 자외선이 피부암을 유발한다고요, 오히려 화학직물과 썬크림을 의심하게 됩니다. 따뜻한 햇살과 우리의 뜨거운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는지요. 인간의 원천이 어느 날 갑자기 더는 못 참겠다 마음을 고쳐먹고 인간에게 해를 끼칠 리 만무합니다. 오존층이 죄다 벗겨진대도 이치는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를, 생명을 존속케 할 것입니다.
정보가 쌓일수록 두려움, 불안, 걱정, 엄살, 겁 따위도 늘어납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순간의 일면일 뿐입니다. 지식, 정보 따위를 지표 삼으면 머지않아 탈이 나고 진정한 삶을 손해 보게 될 것입니다.
‘휴대폰 꺼져/ 나 홀로 태양 아래/ 외로운 인간...’
치솟는 온도에 급기야 휴대폰이 먹통이 되었습니다. 끝내 사람이 으뜸이라 말하는 듯합니다.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는 인간의 기술들, 로봇, AI 따위를 생각합니다. 사랑 없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우리가 왜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구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을 사랑하는 게 올바른 방향입니다. 사랑은 아무리 그을려도 AI 따위 필요치 않습니다.
사람을 생각하다 보니 ‘센류’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이쿠는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묘사하는 반면, 센류는 인간의 삶과 사회 현상을 비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