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주부 Feb 18. 2023

퇴직하고 필라테스 배웁니다.  

내 사랑 룰루레몬

<잡담 : 개인적 잡담이니 읽기 싫으시면 다음 파트로 이동 추천>


대학교를 졸업하고 15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승진에 눈이 멀어 남들보다 늦게 퇴근하고 남들보다 일찍 출근했다. 이렇게 개처럼 일하면 일찍 출세할 줄 알았는데, 개처럼 일만 하면 개처럼 버려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무튼 회사에서 그렇게 열심히 일한 덕분에 나는 퇴직할 때 즈음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1. 결혼과 가정 (회사 간판 덕분에 못생긴 얼굴로도 결혼할 수 있었다. 이 얼굴에 글 쓰는 무명작가였다면, 아직 싱글이었겠지.)  

2. 퇴직금 8천만 원 (어린 시절 중간 정산한 것이 후회되었다.)

3. 척추 측만증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일한 결과다.)

4. 인격을 가장한 똥배와 이에 따른 각종 대사질환


얼마 전에 출간한 책에는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가 돈을 쓰는 속도보다 빨라져서 미련 없이 회사를 관두었다고 온갖 허세는 다 부렸지만, 사실 퇴사한 이유 중의 하나는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 앉아서 일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퇴직 후 그동안 망가진 몸을 추스리기 시작했다. 운동을 해서 망가진 몸을 추스렸냐구? 아니, 거리에 시꺼멓게 붙어있는 껌처럼 방바닥에 딱 붙어서 살았다. 그렇게 허리 때문에 고생하는 날 보고 어느 날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자기야, 허리 통증이 심하면 필라테스를 배워보는 것이 어때?

솔직히 필라테스를 배우기 싫었지만, 위대하신 와이프님이 권장하는 운동이고 명령을 거부했다가 허리 아프다고 엄살부리면 결혼생활에 지장이 있을 듯하여,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체험 수업만 한 번 해보겠다고 말했다.


어서 오세요! 체험 수업 오셨어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강사님이 밝게 웃으면서, 스튜디오로 나를 안내했다. 스튜디오 안에는 몸의 라인이 다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은 여성분들로 가득했고,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서 바닥만 보고 걸었다. 수업은 시작되었고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일대일 수업 신청서에 서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새롭게 운동도 시작했겠다 운동 시작을 핑계로 운동복을 사기로 결심했다. 일단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여자들이 입고 있던 보기 민망한 옷들의 정체가 룰루레몬임을 알았다. 물론 나쁜 의미의 민망함은 아니다.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는 운동복을 입고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였다. 혹시나 남성용 운동복을 팔지는 않을까 해서 룰루레몬 매장을 방문해 보았다.


어서 오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룰루레몬 매장에 들어서니 필라테스 스튜디오에서 방금 뛰쳐나온 듯한 여성 스태프 분이 응대해 주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아, 남성용 필라테스 복은 없나요?


스태프 분은 내 이름을 물어보더니 남성용 운동복을 보여 주셨다. 자연스럽게 날 탈의실로 안내해 주었고, 추천해 준 운동복을 손에 들고 탈의실에 들어갔다가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가격 169,000원!


딱 봐도 동대문에서 만원이면 살 수 있을 법한 쫄쫄이 바지인데, 뭐가 이렇게 비싼 거야? 란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손주부 님! 사이즈 잘 맞으세요?


소심한 성격인지라 그냥 옷만 입고 가기가 미안했다. 마침 그날 첫 번째 책 인세도 입금(20만 원밖에 안되지만)되었고, 왜 여자들이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지 궁금했던 터라 스터디차원에서 두 눈 꼭 감고 카드를 스태프에게 전달했다. 카드에서 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막상 결제를 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렇게 사들인 룰루레몬 운동복을 몇 달째 잘 입고 있다. 비싸서 여러 벌 사지는 못하고 필라 테스 하러 갈 때마다 같은 옷을 교복처럼 입었으니 강사님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다른 요가복 브랜드인 제시믹스나 안다르를 입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룰루레몬 운동복을 너무 잘 입고 있기에 룰루레몬 주식을 매입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룰루레몬 매입 이유>  


1. 더럽게 비싼 만큼 더럽게 돈을 잘 번다.


매출총이익률(Gross Profit Margin)이 56.25%나 된다. 매출총이익은 쉽게 말하자면, 옷가격에서 재료비 빼고 남은 것이다. 운동복으로 유명한 나이키의 매출총이익률이 44.59%이니까, 나이키보다 더 수익률이 좋다는 이야기다.


2. 중국 매장수가 아직 적다.


중국 내 룰루레몬 매장수는 아직 100개가 되지 않는다. 참고로 나이키는 7,000여 개의 매장이 중국에 있다. 중국은 이제야 코로나가 끝나고 지난달부터 리오프닝이 시작되었다.


3. 역사적 PER보다 낮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다.


룰루레몬의 지난 5년간 평균 PER는 46.80인데, 현재 32.46으로 많이 낮아진 상태다.


4.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룰루레몬의 PER가 32.46으로 높은 편이지만, 매출은 매년 27.7%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영업이익(EBITDA)은 31.28%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오늘은 제 개인적인 잡담과 함께 사심 가득한 룰루레몬 리뷰를 적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룰루레몬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에 제 의견은 상당한 바이어스 (Bias)가 껴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럼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작가의 이전글 챗 GPT 수혜 종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