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CEO가 MBA 출신이거나 Finance, Accounting 출신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의사 결정에 있어서 장기적 비전보다는 단기적 성과에만 치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텔의 전 CEO(브라이언 크르자니치)가 그랬다. 그는 원가 절감을 통한 단기적 성과에 열을 올렸다. 비용을 줄이고, 사람을 자르기 시작하면, 기업의 조직 문화는 엉망이 된다. 부서 간에 예산, 실적 등을 경쟁시키는 순간 조직은 사일로화 된다. 쉽게 말해 손과 발이 따로 노는 조직이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조직 문화가 붕괴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회사를 떠나는 사람은 능력 있는 개발자들이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취업이 가능하기에 미련 없이 직장을 떠난다.
전 CEO 브라이언이 회사를 말아먹고 난 이후, 2021년에 팻 겔싱어가 취임했다. 다행히도 그는 MBA 출신이 아닌 엔지니어 출신이었다. 그가 취임하고 난 이후 인텔은 여러 제품을 출시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PC의 CPU 13세대, 14세대 칩을 팻 겔싱어의 지휘 아래 탄생했다.
CPU의 성능 향상을 위한 길은 두 가지가 있다. 어려운 길과 쉬운 길. 어려운 길은 회로를 좀 더 가늘게 그리고, 이를 개선하여 성능을 향상하는 길이다. 쉬운 길은 CPU에 흐르는 전압을 올려 성능향상을 이루는 길이다.
유능한 직원이 없던 인텔은 쉬운 길을 선택했다. 쉬운 길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일단 전력 소비가 많고, 발열이 심하게 발생했다. 심한 발열로 인해, 성능 저하 및 다운되는 사태가 여러 번 발생했다. 그리고 인텔이 해결책으로 배포한 패치는 CPU의 성능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발열을 막고 다운을 막는 것이었다.
비유하자면,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주고 시속 300Km까지 나오는 스포츠카를 뽑았는데, 과열이 심하다며 패치를 통해 시속 100Km까지 강제로 떨어뜨린 것이다.
문제가 터졌을 때 인텔은 메인 보드 회사와 GPU 회사의 잘못으로 돌렸다. 자기 들은 잘못이 없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정밀 조사 결과 인텔의 잘못으로 드러났고, 인텔은 임시방편으로 패치를 배포했다.
기업이 잘못을 했을 때는 무조건 소비자에게 납작 엎드려, 싹싹 빌고 잘못된 제품은 교환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 인텔은 이런 발표를 했다.
"아, 모르겠고, 리콜은 너무 비싸서 못해주니깐, 성능 떨어뜨려서 사용하다가, 15세대 CPU 나오면, 그거 사서 써!"
https://www.theverge.com/2024/7/26/24206529/intel-13th-14th-gen-crashing-instability-cpu-voltage-q-a
지금까지 게임 유저들이 인텔 CPU를 사용했던 이유는 안정성과 우수한 성능이었는데, 이제 게임 개발사들 조차 안정성을 이유로 인텔의 CPU는 사용을 자제하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인텔 CEO인 팻 겔싱어는 전 CEO와는 다른, 장기적 안목을 가진 사람일 줄 알았는데, 리콜 비용이 아까워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선택을 한 것을 보면, 인텔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Trust takes years to build, seconds to break, and forever to rep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