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황의 방에서 탈출하는 법

최종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공황은 돌아온다

by 신인규

공황장애, 말로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실제로 그런 증상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생각보다 공황장애를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공황장애의 평생유병율은 0.5%, 공황장애 환자수는 약 91만명으로 집계됩니다.

그리고 이 수치는 매년 9-10%씩 증가하고 있는 중입니다.

공황장애가 증가하는 원인은 경쟁, 스트레스, 불안 유발 환경, 그리고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한 보고율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입니다.

혹시 가족과 지인 중에, 또는 본인이 불안과 공황장애로 고통받는 분이 있다면 아래 내용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공황장애를 겪는 내담자의 회복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적 치유전략은 점진적 노출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공황 증상을 경험하는 내담자라면,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기 → 관련 이미지 보기 → 소음 들어보기 → 영상 시청하기 → 한산한 시간대에 그곳 방문하기 → 사람들로 붐빌 때 그곳에 머물러보기" 같은 식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것입니다.

각 단계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불안이 줄어들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더 강한 불안 상황을 마주할 수 있는 심리적 힘이 생깁니다.

(이와 함께 심장 두근거림, 어지럼증, 숨 가쁨, 식은땀 같은 공황발작 때의 신체 감각을 일부러 만들어보며, 이런 감각이 실제로는 위험하지 않다는 걸 배워야 합니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고, 보다 현실적인 생각으로 바꿔나가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는 상담실에서 내담자분들에게 공황장애의 노출치료를 방탈출 게임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방탈출 게임은 숨겨진 힌트를 하나씩 찾아내고 풀어가며 최종 단서에 도달해, 결국 밀폐된 공간에서 빠져나오는 방식이죠.

앞 단계의 힌트를 풀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모든 힌트를 풀지 않으면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방탈출 게임처럼 점진적 노출치료에도 최종 관문이 있습니다.

바로 내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불안 대상과 직접 마주하고,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경험하는 단계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많은 내담자들이 그 마지막 단계를 회피하기 위해 상담자의 제안을 거절하거나 갖은 이유를 대며 거부하려 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최종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자신의 고통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초기 단계의 노출에서 성공했다 해도 최종 단계를 완료하지 못했다면, 치료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담자의 방어를 낮추고 동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담자는 관계 강화, 목표 재점검, 현재 순간에 집중하기, 단계 세밀화, 자기대화 연습, 함께 노출하기, 시간 제한 설정 등 여러 전략을 활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성공적인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치료 의지가 강하고, 생각이 유연하며, 수용적인 자세를 지니고, 끈기와 주도성이 높은 내담자들이 잘 극복해내는 편입니다.

피하고 싶은 대상과 맞서고, 결국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상담자의 전문성과 내담자의 태도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너무나 기본적인 원칙이 여전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약처방, 이완과 호흡기법 등 여러 치유 옵션들이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는 노출과 관점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내담자에게 힘들지만 답해야만 하는 질문을 합니다.

"당신이 직면해야 하는 최종단계는 무엇인가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슬픔을 품고 나아가는 삶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