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5, 미스터 노바디(2009)

자코 반 도마엘 감독, 자레드 레토 주연

by IKSta


생각보다 훠얼씬 어려운 영화였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이 영화를 첫 번째로 고른 걸 약간 후회했다.
두서없이 주저리주저리 쓴 글이 될 것 같은데, 그냥 이 글은 생각 없이 읽고 영화를 생각 있게 봐주면 좋을 것 같다.
영화 자체가 스토리 순서대로 딱 잡고 서술하기가 어렵다. 약간 디미론 시간에 배운 근대적 공간의 해체와 담론의 해체인가?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주의!





1. 2092년 재생 세포로 인해 누구도 늙어 죽지 않는 사회가 배경이다.
그 속에서 주인공 ‘니모 노바디’는 노화로 죽는 마지막 ‘사람’이다.

노바디의 선택을 중심으로 인생에 대해 보여준다. 과학적 공간을 통해 철학적 시간을 풀어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2. 영화는 끝없는 선택의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 ‘노바디’의 선택을 통한 인생의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9살의 노바디는 이혼하는 부모님 중 누구를 따라갈지 선택하게 된다. 영화에서 가장 큰 선택의 틀이다. 엄마를 따라가면 안나를, 아빠와 남게 되면 앨리스나 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선택은 계속된다. 예를 들어, 왜 아이들과 어울려 수영하지 않는지 묻는 안나에게 ‘저런 찌질이들과는 수영하지 않아’라고 못된 말을 하면 안나와 친해질 수 없다. 그러나 수영을 하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가까워질 수 있다.

이러한 끝없는 선택의 과정을 표현한 방식이 정말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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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장면에서 등장하는 세 개의 문. 안나와 결혼하는 장면에서는 세 번째 문으로 나왔다.

세 여자와 결혼하는 장면이 각각 나오는데, 누구와 결혼하냐에 따라서 결혼식장의 세 개의 문중 각각 다른 문으로 나오게 된다. 선택에 따라 인생의 다른 문을 연다는 것 같아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기찻길에서 갈림길도 보여주는데, 그래도 결혼식 장면에서의 문이 더 인상 깊다.


3. 색감으로 감정을 보여준다.
색감이 예쁜 영화였다. 요새 아날로그 필터가 유행해서 파스텔 톤의 사진들만 본 것 같다.

물론 셀카 찍으면 예쁘게 나오지만,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 살짝 답답했다.

원색을 보니까 눈이 시원했다고 해야 하나.. 정말 쨍-한 게 예쁘고 좋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앞서 언급한 세 명의 여자다. ‘안나’, ‘앨리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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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안나는 빨강, 앨리스는 파랑, 진은 노란 옷을 입고 있다. 이 색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옷, 벽지 등 그녀들의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색이다. 그리고 색이 감정을 담고 있듯이, 그녀들과의 사랑도 색과 관련된 감정을 담고 있다.

붉은 톤의 이미지를 보이는 안나는 니모의 엄마와 재혼한 새아빠의 딸이다. 물론 둘은 남매가 된다. 그럼에도 사랑을 나누게 되고, 결국은 부모님에게 들킨다. 이혼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는 둘은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등대 앞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안나와의 사랑은 붉게 타오르는 불처럼 정열적이다.
파란 톤의 이미지로 보이는 앨리스는 우울함을 보여준다. 흔히 월요일을 ‘blue monday'라고 표현하며 우울함을 나타내듯이 파란빛을 내뿜는 그녀는 전 애인 스테파노를 잊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병에 걸려 버린다. 노바디에게 병적으로 집착하고, 아이들을 돌보지 않다가 결국은 밤에 집을 떠나 버린다. 앨리스와의 사랑은 깊은 물속에 갇힌 것처럼 우울하고 어둡다.
노란 톤의 이미지로 보이는 은 나에게 조금 혼란을 주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노란색의 이미지는 활력과 생명인데, 노바디가 보이는 노란색의 감정은 혼란스러움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건 진과의 결혼이 앨리스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자 내린 충동적 결정이자, 진을 사랑하지 않기에 그런 것 같다. 진 역시 혼란스러움과 복잡함의 감정을 보이고 있다. 또한 충동성이 내재되어 있기도 하다. 동전의 앞뒤에 yes, no를 적어 동전 던지기의 결과대로 행동하다가 살인청부업자의 오해로 죽게 되는 결말을 보인다.


4. 영화의 말미에서 노바디는 자신을 취재하러 들어온 기자에게 사진처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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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밖을 바라보는데, 도시가 무너져 버린다. 그 시공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 모든 것은 9살 아이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이야기이지.’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영화 초반에 노바디가 태어나기 전이 나온다. 태어나기 전의 아이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나오는데, 그 아이들에게 망각의 천사가 손키스를 해주면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노바디는 천사가 자신에게 그 키스를 하는 것을 잊었다고 말한다. (재미있게도, 키스를 받으면 인중이 없던 아이들에게 인중이 생긴다.) 이로 인해 노바디는 순간의 선택에 따른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아마 시공간이 무너져 내린 것은 정말로 이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9살 노바디의 상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래를 볼 수 있는 노바디가, 2092년으로 가는 미래를 선택하지 않았기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5. 그렇다면 노바디는 결국 무엇을 선택했는가?
노바디는 엄마도, 아빠도 선택하지 않았다. 기찻길 한 편으로 난 제3의 길로 뛰어가 버렸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 3의 길로 뛰어가 버린 노바디가 보여주는 장면이 안나와 함께하는 장면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떤 미래를 선택하는 장면에서도 안나는 주변 인물으로라도 등장하며, 죽기 전의 노바디가 외치는 유언도 ‘안나’이다. 결국 노바디의 선택은 안나다.

6. 여기서 또 하나, 5시 50분에 죽은 노바디의 시간이 거꾸로 감아지기 시작한다.
거꾸로 돌려감아지는 장면들 속 노바디는 항상 웃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까?

7. 배경음악들이 마음에 든다.
영화 내내 노래들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대부분 정말 빈티지한 느낌의 곡들이다.

영상 없이 들으면 디즈니 만화 미키마우스의 흑백 버전이나, 덜덜거리며 시골길을 달리는 트럭이 나오는 옛날 영화가 떠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 ‘The Chordettes’의 ‘Mr Sandman’이 왕왕 울린다. 좋아.

8. 마지막으로, 주인공 니모 노바디 역을 맡은 자레드 레토의 눈이 인상 깊었다.
사람의 눈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푸르면서도 녹색 빛을 띠는 깊은 눈이 영화 내내 노바디의 눈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서 본 크리스 에반스의 눈이 참 섹시하다! 고 생각했는데 자레드 레토의 눈이 더 신비롭다.
영화 내내 혼란스러운 선택의 감정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엄청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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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겠지만, 영화의 초반에 나오는 눈을 뜨는 노바디.





+ 초등학교에 다닐 즈음,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죽음에 대해 고민했다. 깜깜한 방에서 이불속으로 파고들어, 숨죽여 생각했다. '내가 죽으면 지금 사고하고 존재하는 나는 어떤 존재가 되는 걸까, 아예 無가 되는 걸까?'

그럴 때면 항상 귀가 먹먹했다. 시계 초침 소리도 안 들리고, 멍-해져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무서웠다. 사실 지금도 무서운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 노바디가 죽는 장면에서 우주가 멈추는 장면을 봤다. 여기서 나는 죽음이란 것이 내 우주가 멈추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저 내 입장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멈추고, 우주가 멈추는 거구나. 아이러니하게도 마음 한 구석이 조금 편안하면서도 더 어려워졌다.

스무 살의 나는 지금부터 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나는 노바디도 아니고, 천사가 내게 망각의 키스를 잊지 않고 했는지 인중이 있기에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이 영화에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나름의 의미를,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 비록 요새 학과나 진로, 적성에 대한 고민이 다시 생기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

앞으로 내릴 선택의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안나를 택한 노바디처럼 마음 가는 곳을 택하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 자체는 전체적으로 정말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색으로 표현되는 세 여자와의 사랑도, 선택에 대해 보여주는 이미지들도, 그리고 영화에 집중하다 보면 곳곳에 숨겨둔 의미 있는 단어들도. 물론 그래서 영화가 어려웠다. 감독이 담은 만큼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글을 좋아하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몇 번 더 봐서 더 보게 되면 인생 영화 리스트에도 등극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시간이 될 때 다시 봐야겠다.

이 영화를 추천해준 동기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하며, 첫 번째 영화에 대한 글을 마치겠다.
쓰고 보니 의식의 흐름이다 완전!
부족하고, 오글거리는 글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의의를 가지고 올려본다.
앞으로 쓰다 보면 성장하는 점이 있을 거라 믿는다.

열심히 쓰고 싶다.